복음: 루카 1,46-56: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찬가 마니피캇(Magnificat)!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상봉하는 장면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동시에 감동적입니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참으로 기구하고 비극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 길을 걸어 찾아온 여인은 10대 미혼모입니다.
맞이한 여인은 놀랍게도 노산(老産) 중의 노산을 앞둔 호호백발 할머니입니다.
그러나 두 여인은 서로 상봉하자마자 기쁨 충만한 찬가를 주고받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두 여인의 뱃속에 든 아기들도 서로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더 이상 불행할 수 없는 만남인 듯 한데,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비결은 활기차고 충만한 성령의 현존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은 이스라엘의 옛 백성 전체를 대변한다면 마리아는 하느님의 새 백성 전체를 대변합니다.
이로서 인류의 두 위대한 어머니가 만나게 된 것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위대한 하느님의 구원 업적의 서막을 찬양하는 동시에, 마리아의 놀라운 믿음을 칭송하고 축복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 42-45)
엘리사벳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마리아가 어떤 분이신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신 분.’ ‘주님의 어머니.’ ‘믿으신 분.’
엘리사벳의 노래에 이어 마리아께서도 응답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신약 성서 내 여러 찬가 중에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찬가로 손꼽히는 마리아의 노래는 라틴어로 ‘찬미하다.’(Magnificare)라는 동사의 3인칭 Magnificat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마니피캇이라고 부릅니다.
마니피캇은 하느님을 향한 마리아의 찬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행하신 놀라운 위업(偉業)을 노래하는 동시에, 인류의 구원을 위한 역사(役事)하심, 그분이 약속이 반드시 성취될 것임을 보증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마니피캇은 종말론적 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개인적 차원의 감사의 찬미가입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부족한 자신을 선택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찬가입니다.
후반부는 공동체적 차원의 감사의 찬미가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살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이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이루어진 데 대한 감사의 찬가입니다.
마니피캇에서 마리아는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 이제 막 체험하게 될 종말론적 대사건의 해설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니피캇은 마리아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오늘 우리 각자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마리아께서는 당신 홀로 감사의 찬가를 부르기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찬미가를 부를 것을 기대하십니다.
매일 저녁 기도 때 마다 마니피캇을 노래하는 모든 수도자와 사제, 그리스도인들은 마리아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업적을 큰 목소리로 찬양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우리를 새로운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해주신 하느님의 자비에 크게 감사하며, 이 노래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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