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24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4 조회수 : 45

복음: 루카 2,1-14: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세주가 태어나셨다.” 
 
1. 성탄의 신비: “사람이 되셨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탄의 핵심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는 신비이다. 이는 인간 이성이 다 헤아릴 수 없는 구원 사건이며, 교부들은 이를 “놀라운 교환”(admirabile commercium)이라 불렀다. 성 아타나시오는 이렇게 고백한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이 하느님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De Incarnatione, 54,3)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사실은 단순히 인간의 연약함을 공유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당신의 신성에까지 끌어올리시려는 구원 의지의 표현이다. 
 
2. 빛과 해방으로 오신 아기
이사야 예언자는 “어둠 속에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이사 9,1)고 선포한다. 이 “큰 빛”은 바로 아기로 태어나신 구세주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아기의 낮아지신 속에서 참된 권능을 보았다. “그분은 위대하시며 동시에 작은 분이시다. 위대하심은 하느님으로서, 작으심은 우리를 위해 아기로 태어나셨기 때문이다.”(Sermo 184,2) 그분의 낮아지심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해방하기 위한 하느님의 구원 방식이다. 
 
3. 역사 속에 오신 구세주
루카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을 로마 황제의 호구 조사라는 역사적 배경과 연결한다. (2,1-5). 이는 구원이 허구나 신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사건임을 드러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를 분명히 가르친다. “실제로 하느님의 아들은 인간의 손으로 일하고, 인간의 지성으로 생각하며, 인간의 뜻으로 행동하셨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으로 사랑하셨다.”(사목 22항) 그리스도의 강생은 하느님이 인간 역사의 한복판에 들어오신 사건이며, 그로써 인간의 역사는 새로운 의미와 반향을 얻게 된다. 
 
4. 구유의 표징: 비천 속의 구원
천사는 목자들에게 구세주의 표징을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12절)라고 알려준다.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역설을 이렇게 해석한다. “보라, 구유에 누워 계시는 이는 천사를 지으신 분이시다. 아기의 모습으로 계시지만, 모든 것을 지탱하시는 분이시다.”(Homilia in Matthaeum, 2,2) 하느님의 구원은 인간적 권세나 힘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드러났다. 이 비천함이야말로 하느님의 방식이다. 
 
5. 영광과 평화
천사들은 노래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14절).
여기서 영광과 평화는 서로 맞닿아 있다. 하느님께 드려지는 영광은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서로 화해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땅 위의 평화로 드러난다. 성 이레네오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살아 있는 인간이 하느님의 영광이며,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을 보는 것이다.”(Adversus Haereses, IV,20,7) 즉, 하느님께 영광이 드러나는 순간, 인간은 진정한 평화와 구원을 누리게 된다. 
 
6. 성탄 신비 오늘날의 의미
성 바오로 6세는 성탄의 신비를 “하느님의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 감동적인 신비”라고 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 담긴 말씀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고 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한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티토 2,11-12) 성탄은 단순히 과거 사건의 기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께는 영광, 우리 사이에는 평화”를 실현하라는 초대이다. 
 
7. 맺음말
성탄의 신비는 결국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어 그분 자신을 내어주신 사건이다. 이 신비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께 삶으로 영광을 드리고, 서로 사랑하며 화해함으로써 땅 위의 평화를 드러내는 것, 바로 이것이 성탄을 사는 길이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