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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6 조회수 : 41

복음: 마태 10,17-22: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오늘 우리는 성탄의 기쁨을 막 경험한 직후, 교회가 첫 번째 순교자 스테파노 성인을 기념하고 있음을 묵상한다. 교회가 성탄 다음 날을 스테파노 축일로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아기 예수의 탄생의 신비와, 그분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 증인의 삶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곧 순교의 씨앗을 품고 있으며, 십자가와 부활의 영광으로 나아가는 길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1. 성령 충만한 증인, 스테파노
사도행전은 스테파노를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사도 6,5)이라 증언한다. 그는 사도들을 도와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동시에 부활하신 주님을 힘 있게 증거하였다. 그가 돌에 맞아 죽기 직전에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광과 예수님께서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을 보았다."(사도 7,55)고 증언한 것은, 그의 순교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일치, 하늘나라의 완성된 삶으로 들어감을 보여준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스테파노의 순교를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스테파노는 돌을 맞으면서도 천상의 영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땅의 고통보다 하늘의 영광이 더 크고 선명하게 비쳤기 때문이다.”(Hom. in Act. Apost. XV,3) 그의 눈은 세상 사람들의 분노와 폭력이 아니라, 하느님 오른편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광에 고정되어 있었다. 
 
2. 원수를 용서하는 사랑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사도 7,59),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사도 7,60)라고 기도했다. 이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마지막 말씀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루카 23,34.46).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스테파노는 무릎을 꿇고 죽었으나, 사랑으로 서 있었다.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은 육체였지만, 용서하는 사랑은 하늘에서 일어선 것이었다.”(Sermo 316,1) 순교는 단순히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원수를 향한 사랑과 용서의 완성된 증거이다. 
 
3. 성령의 말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박해를 예고하시며 말씀하신다. “너희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은 아버지의 성령이시다.”(20절) 스테파노의 담대함과 사랑은 바로 이 성령께서 주신 은총이다. 인간의 본성만으로는 자신을 죽이는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성령의 힘은 두려움을 사랑으로 바꾸고, 죽음을 생명으로 변화시킨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렇게 말한다. “순교자는 자기 힘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증거한다. 피 흘림은 육신의 것이지만, 믿음을 지탱하는 힘은 하늘에서 온다.”(Epistula ad Martyres et Confessores 10,4) 
 
4. 오늘 우리의 부르심
스테파노의 삶과 죽음은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메시지를 준다. 신앙은 단지 평화롭고 아름다운 순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세상에서의 박해, 오해, 조롱, 거부를 동반한다. 그러나 그 순간이야말로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자리이다. 성탄의 기쁨은 현실을 외면하는 달콤한 순간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내고, 그분을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맺음말
스테파노는 성탄의 빛을 가장 먼저 자기 생명으로 비춘 증인이었다. 그가 보여준 용서와 사랑은 곧 아기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과 연결된다. 오늘 우리도 기도하자.
“주님, 성 스테파노처럼 성령으로 충만하여, 세상 속에서 담대히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원수를 사랑하며, 끝까지 주님의 뜻에 충실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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