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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9 조회수 : 46

복음: 루카 2,22-35: 아기 예수의 성전 봉헌과 시메온의 찬가 
 
1. 성전 봉헌의 의미: 율법의 완성과 성취
예수님께서는 할례를 받으신 후 성전에서 봉헌되신다. 요셉과 마리아는 율법에 충실하여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루카 2,23; 탈출 13,2 참조)는 말씀을 실천한다. 가난한 부모는 비둘기 한 쌍을 봉헌했지만, 사실 그 자리에 봉헌된 참된 제물은 바로 예수님 자신이셨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 점을 강조하며, “율법은 그림자요, 예표였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그 제물이 완전히 실현되었다.”(Epistulae 63,2)라고 설명한다. 곧, 예수님의 봉헌은 단순한 율법 준수가 아니라, 십자가의 봉헌을 미리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2. 시메온의 노래: 지금 여기서 드러나는 구원
성령께서 약속하신 대로,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 안에서 구원을 알아본다. 그는 아기를 안고 이렇게 노래한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29-30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구절을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시메온은 육안으로 아기를 보았지만, 믿음의 눈으로는 구세주를 보았다. 육신의 눈은 작은 아기를 보았으나, 영혼의 눈은 하느님의 구원을 보았다.”((Sermo 293,3) 구원은 단순히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미,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는 은총의 현실임을 시메온은 보여준다. 우리 또한 삶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이미 하느님의 구원을 보고 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3. “반대를 받는 표징”: 십자가
시메온은 예언한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34절) 이 말씀은 십자가를 예고한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구원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믿음을 시험하는 분이십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는 모든 이를 구원하시지만, 그분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다.”(Homiliae in Ioannem 8,1) 곧, 십자가는 하느님의 사랑의 표징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완고함을 드러내는 심판의 표징이 된다. 
 
4. 마리아의 고통과 교회의 길
시메온은 마리아에게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35절)라고 예언한다. 이는 어머니 마리아가 아들의 수난을 함께 겪을 것을 의미한다. 성 베르나르도는 이를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십자가 아래에서 아드님의 창은 어머니의 영혼도 꿰뚫었다. 아들은 육체로 고통받으셨고, 어머니는 사랑으로 고통받으셨다.”(설교집)
마리아는 단순히 아들의 고통을 바라본 증인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걸어가야 할 고통과 믿음의 길을 가장 먼저 살아내신 분이시다. 그렇기에 교회는 마리아를 “고통의 성모”로 기억하며, 신자들이 신앙 안에서 겪는 모든 시련에 동반하시는 어머니로 모신다. 
 
5. 우리의 응답: 구원을 보는 눈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시메온처럼 지금 내 삶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알아보고 있는가? 나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으로 일어서고 있는가, 아니면 그분 앞에서 걸려 넘어지고 있는가? 나는 마리아처럼 내 삶의 고통을 믿음 안에서 봉헌하며 하느님 뜻에 동참하고 있는가?
시메온의 노래는 단순히 과거의 기도가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진 기도이다. “주님,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이 고백이 우리 삶의 고백이 되기를 청해야 할 것이다. 
 
맺음말
아기 예수님의 성전 봉헌은 십자가의 예고이며, 시메온의 노래는 구원의 현재성을 선포한다. 마리아의 고통은 교회의 길을 미리 보여준다. 오늘 우리는 성전에서 아기를 품은 시메온처럼, 성체 안에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그분의 구원을 지금 여기서 체험하며, 반대와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충실히 봉헌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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