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6-38
작심(作心)하지 말고, 수심(受心)하라
찬미 예수님. 희망찬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이면 우리는 누구나 비장한 각오로 계획을 세웁니다.
"올해는 꼭 담배를 끊겠다, 성경을 읽겠다,
더 성공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작심(作心)'이라고 부릅니다.
내 마음을 내가 지어먹는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심은 대부분 '삼일'을 넘기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내 욕심이나 의지만으로는 하느님의 뜻을 이길 수 없고, 내 힘은 배터리처럼 금방 방전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이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인가?"를 식별하는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은 이 식별의 여정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링컨을 승리자로 기억하지만, 그의 인생 전반부는 처참한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애썼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주 의원 낙선, 사업 파산, 약혼녀의 죽음, 신경쇠약, 하원 의원 탈락, 상원 의원 낙선 등 끝없는 추락이었습니다.
그는 일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야망(작심)으로 쌓아 올리려던 탑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링컨은 그때 비로소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성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제가 가야 할 길은 어디입니까?"
그는 성경 안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진리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가장 큰 죄악인 노예 제도가 성경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1862년, 링컨은 내각 회의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하느님께 서약했습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다면, 그것을 노예 해방을 선포하라는 그분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입니다."
그가 '노예 해방'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힘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가난한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라"는 성경 말씀과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내 작심은 실패했지만, 말씀에 비추어 식별한 하느님의 뜻(수심)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성모님의 영성도 바로 이 '말씀을 통한 식별'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처녀인 네가 아들을 낳을 것이다"라고 했을 때, 마리아는 단순히 겁에 질려 맹종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구약의 율법과 예언을 깊이 알고 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 "보라,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이다"(이사야 7,14)라는 약속을 기억해 냈을 것입니다.
천사의 전갈이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라, 오랫동안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약속하신 구원 계획의 성취임을 식별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어떻게 그런 일이?"라고 물으면서도,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과 인류 구원의 계획에 어긋나지 않음을 확인하자마자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라고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의 순종은 맹목적인 '작심'이 아니라,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확인하고 받아들인 거룩한
'수심(受心)'이었습니다.
신약 성경은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하며 끊임없이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즉흥적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성경을 통해 미리 보여주신 가르침의 궤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과 연결되는 베드로 사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드로는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빈 배였습니다.
어부의 경험과 기술(작심)은 실패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오셔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고 하십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 제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것이 주님의 말씀이라면 따르겠다는 이 식별과 결단이 만선의 기적을 불렀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2026년 새해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까?
종이에 적기 전에 먼저 성경을 펴십시오.
그리고 질문하십시오.
"내 이 계획이 과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계명에 맞는가?
이것이 나를 더 겸손하게 하고 이웃을 살리는 길인가?"
만약 내 계획이 내 욕심을 채우거나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라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아무리 굳게 '작심'해도 바벨탑처럼 무너질 것입니다.
하지만 링컨처럼, 성모님처럼, 베드로처럼 말씀에 비추어 하느님의 뜻임을 확인했다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받아들이십시오(수심).
성경에 어긋나지 않는 계획, 말씀을 성취하려는 소망은 반드시 하느님께서 책임지시고 완성해 주십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모든 계획이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식별되고 성취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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