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2,1-12: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1. 공현: 성탄의 완성
주의 공현 대축일은 “두 번째 성탄”이라 불린다. 이는 단지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의 반복이 아니라, 그 탄생의 의미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유다에서 태어나셨으나, 동방에서 경배받으셨다. 이는 구원이 유다로부터 나지만, 온 세상으로 흘러가야 함을 의미한다.”(Sermo 202, In Epiphania Domini) 따라서 공현은 그리스도의 보편적 계시이며, “빛이신 그분이 모든 민족에게 비추시는 사건”(이사 60,1-6 참조)이다.
2. 새 예루살렘: 교회
이사야 예언자의 말처럼,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이사 60,1)라는 구절은 과거 예루살렘의 회복을 예언했지만, 전례 안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빛으로 오신 신비를 가리킨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그리스도는 예루살렘의 빛이 아니라, 온 세상의 빛이시다. 그분의 빛은 동방과 서방을 가리지 않는다.”(In Matthaeum Homilia 6,3) 따라서 새 예루살렘은 교회이며, 교회는 이 빛을 세상 끝까지 전하는 사명 안에서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3. 동방박사들의 신앙 여정
동방박사들이 보았던 별은 신앙의 내적 빛을 상징한다. 그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나아가며 때로는 그 빛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것은, 믿음의 여정 안에서의 어둠과 침묵의 체험을 상징한다. 성 그레고리오는 말한다. “그 별은 겉으로는 빛을 비추었지만, 그들의 마음 안에서는 더 깊은 믿음의 불을 밝혔다.”(Homilia in Evangelia 10,6) 이 믿음의 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기는 순종의 행위이며, 그 여정의 끝에서 비로소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쁨으로 보상받는다.
4. 별의 신비: 발람의 예언의 성취
민수기 24,17의 말씀,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는 발람의 예언은, 초대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메시아적 예언의 성취로 읽혔다. 오리게네스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그 별은 단지 하늘의 표징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 자체이신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의 마음에 떠올라 그들을 진리로 인도하신다.”(Commentarium in Matthaeum, II,13) 따라서 별은 계시의 빛이요,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킨다.
5. 헤로데와 예루살렘: 빛을 거부한 자들
헤로데와 대사제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알면서도 찾아가지 않았다. 이것은 지적 앎은 있으나, 마음의 신앙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이렇게 꼬집는다. “그들은 입으로는 하느님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그분을 부정했다. 그들의 지식은 그들에게 구원이 되지 않았다.”(Sermo 199,1) 빛은 모든 이에게 비추지만, 그 빛을 받아들이는 이는 겸손한 이들뿐이다.
6. 다른 길로 돌아감: 회심의 표징
박사들이 “다른 길로 돌아갔다.”(마태 2,12) 구절은 단순한 방향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근본적 회심을 상징한다. 성 베다 존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그리스도를 만난 이는 더 이상 옛 길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길, 곧 믿음의 길로 나아간다.”(Homilia in Epiphania, 1) 즉, 그리스도와의 만남은 존재 전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7. 우리의 공현 신앙
“빛에서 빛으로”(2코린 3,18) 나아가는 여정은, 우리 안에서 공현의 신비가 계속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회의 선교 사명은 단지 외적 복음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 안에서 반사되어 세상에 비추어지는 것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그리스도는 당신을 통해 빛나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그대가 빛나면, 세상은 어둠에서 벗어날 것이다.”(In Matthaeum Homilia 15,6)라고 한다. 공현의 은총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빛으로 변화시키는 은총이다. 그리고 그 빛을 세상 끝까지 비추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며, 그리스도인 존재 이유이다.
묵상을 위한 질문
내 안에서 “빛의 별”은 얼마나 분명히 빛나고 있는가? 나는 예루살렘의 헤로데처럼 빛을 두려워하며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님을 만난 뒤 “다른 길로 돌아가는” 변화가 내 삶에 있는가?
결론
공현은 하느님의 “드러남”이며, 동시에 인간의 “응답”이다. 빛은 이미 비추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그 빛 안으로 들어가느냐이다. 동방박사들의 여정은 그리스도께 이끌리는 모든 인간의 여정을 상징한다. 그들의 길은 우리의 신앙의 길이며, 그들의 별은 우리 내면의 빛이다. 그 빛은 지금도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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