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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06 조회수 : 5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복음: 마르 6,34-44: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오늘 복음은 잘 알려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을 전해준다. 굶주림을 아시는 주님, 인간의 고통을 함께 지신 주님께서 수많은 군중의 허기를 채워 주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님은 먼저 말씀으로 영혼을 먹이시고, 이어서 빵으로 육신의 배고픔을 채우신다. 
 
기적이 일어난 곳은 “외딴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황량한 장소가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충만의 자리였다. 성 예로니모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께서 빈들에서 군중을 먹이신 것은, 율법의 메마름 대신 복음의 충만함을 보여주신 것이다.” (In Matth. 14,19) 우리의 삶에서도 때로는 황량하고 외로운 순간이 있다. 그러나 주님이 함께 계신다면, 그 순간은 은총의 시간이 되고, 구원의 공간으로 변한다. 
 
제자들은 가진 것이 보잘것없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것을 주님께 내어놓자, 풍성한 기적이 일어났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해석한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군중을 먹이게 하셨다. 이는 교회에 맡겨진 성찬의 직무와 가르침의 사명을 예표한다.”(Hom. in Matth. 49,1) 
 
즉, 주님의 말씀은 단순히 당시 제자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늘 교회에도 주어지는 명령이다. 본당 공동체는 각자의 작은 봉헌을 모아 주님께 드림으로써, 세상 안에 하느님의 큰 일을 이루는 사명을 받았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드시고 “감사”를 드리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장면을 성찬례와 연결한다. “주님은 빵을 손에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를 드리셨다. 이것은 성찬의 전형이다. 작은 빵이 무리를 먹였듯이, 작은 성찬이 온 세상을 먹인다.”(Sermo 130,2) 성찬례는 곧 감사(Eucharistia)이다. 우리가 일상의 작은 은총에도 감사할 때, 부족해 보이는 삶은 충만한 자리로 변한다. 
 
열두 광주리에 남은 조각은 단순한 과잉이 아니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렇게 가르친다. “열두 광주리에 담긴 것은 사도들의 손에 맡겨진 충만한 은총을 드러낸다. 이는 교회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함을 보여준다.”(De Unitate Ecclesiae, 23) 따라서 교회는 단순히 성사를 거행하는 곳이 아니라, 세상 속에 나눔과 사랑의 빵을 퍼뜨리는 자리이다. 
 
오천 명의 군중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영적 갈망을 지닌 인류 전체를 상징한다. 주님은 그 갈망을 채우시는 참된 빵, 곧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시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초대합니다. 가진 것을 작다고 움켜쥐지 말고 주님께 내어놓을 것, 받은 은총을 늘 감사할 것, 교회 공동체가 세상 속에 나눔의 기적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 황량한 외딴곳은 은총의 장소로, 늦은 시간은 구원의 시간으로 변화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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