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6,7-13
주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십니다!
어느 정도 교육받은 제자들이 오늘은 장거리 복음 선포 실습을 떠납니다.
제자들 전직이 어부나 농부, 세리나 열혈 당원 등등 전혀 다른 직종이었기에, 새로운 스타일의 일, 복음 선포 앞에 다들 긴장했을 것입니다.
떠나기 직전 스승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모아 놓아 이런저런 훈시 말씀을 건네십니다.
오늘 해당되는 훈시 말씀은 여장 훈시입니다.
즉 전도 여행길에 짐을 어떻게 싸야 하는지 상세히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꽤 가혹합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보름 한 달 지속되는 장거리 여행길인데, 제자들은 적어도 백만 원씩은 받으려나, 아니면 맞춤형 비상 식량 보따리라도 하나씩 주시려나 기대했었는데, 웬걸 하시는 말씀.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
제자들은 훈시 말씀을 들으면서 다들 속으로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는 불평불만이
솟구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복음 선포자로 살아보니, 예수님 말씀 구구절절 하나도 틀린 말씀이 없습니다.
복음 선포자는 자신이 선포해야 할 복음에 매진하고 몰두해야지, 다른 대상에 마음을 두기 시작할 때, 순식간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으로 전락합니다.
물론 돈이라는 것,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사람 구실 할 수도 있고, 한 인간 존재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라야지, 거기에 슬슬 맛을 들이고, 빠져들기 시작하면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대상인 복음과 주님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즉시 돈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안락함, 세속주의에 물들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존재 이유와 관련해서 그릇된 프레임에 깊이 빠져 너무나 어색하고 웃기는 삶을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성적지상주의, 완벽주의, 착한 사람 증후군, 메시아 콤플렉스, 히어로 콤플렉스...
있는 그대로의 나, 본연의 내가 아닌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나, 너무나 과도하게 고쳐지고 포토샵된 나로 치장하려니 그 삶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는 예수님의 권고 말씀은 돈이나 식량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포장된 나 아닌 나를 버리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거짓 나, 과장된 나, 나 아닌 나로 살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라는 요청이라 확신합니다.
주님께서는 잔뜩 부풀리거나 반대로 잔뜩 웅크린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십니다.
과대 포장한 내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나를 사랑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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