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기도의 모범 답안지, 솔로몬의 청원 기도!
작은 무동력선 쪽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다고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열심히 노를 젓는데 배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반드시 배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배를 들여다봐야겠습니다.
배 밑바닥 어딘가에 구멍이 크게 났을까?
그렇다면 즉시 수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면 나의 노 젓는 방식이 틀려서 그런가?
그렇다면 내 노 젓는 자세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도 아니라 역풍이 불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멈추어야 하겠죠.
역풍 불 때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영성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성당을 다니고, 봉사 활동에 전념하고 또 헌신하기를 30년, 40년...그러나 내면 깊숙이 차오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사는 데 비해 신앙은 조금도 성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신앙생활 전반을 꼼꼼히 분석하고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인 성찰의 대상은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하느님 상이 과연 괜찮은가? 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기도는 하고 있지만 하느님은 너무 멀리 계시는 듯합니다.
아직도 도무지 어떤 분이신지 포착이 안됩니다.
하느님 하면 그저 드는 생각은 나와는 멀리 동떨어져 하늘 높이 좌정해계시는 분, 원수들의 악행 앞에 진노하시고 무서운 벌을 내리시는 분, 우리의 일생을 총정리해서 천국 혹은 지옥 두 곳 중에 한 곳 우리의 선택지를 정해주실 심판의 하느님...
또 어떤 분은 하느님을 너무 초라하고 왜소한 하느님으로 전락시킵니다.
우주 전체 삼라만상을 지배하시고 운영하셔야 하는 크신 하느님이신데, 작디작은 내 인생사 하나하나에 일일이 개입하시는 그런 하느님. 뿐만아니라 하느님 아닌 하느님 즉 우상을 섬기기도 합니다.
고통과 눈물은 거두어가시고 현세적인 성공과 기쁨 승승장구만을 선물로 주시는 영원히 내 편인 하느님...
그런 하느님을 믿다보니, 매일 바치는 기도 역시 너무나 어색하고 자기중심적입니다.
기도가 아니라 강요요, 협박입니다.
물론 어떨 때 그런 하느님 이미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은혜롭게도 예수님의 육화강생으로 인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온 세상 사람들 앞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복음사가들은 그분이 얼마나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자비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고통을 못 견뎌하시는 분이십니다.
아무리 대죄인이라 할지라도 돌아설 때 마다 따뜻이 품어 안아주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우리 안에 깊숙이 자라잡고 계시는 자상한 아버지요
친절한 어머니 같은 분이십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 선왕 다윗을 이어 이스라엘의 왕좌에 앉는 솔로몬이 하느님께 청하는 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기브온에 간 솔로몬의 꿈에 하느님께서 나타나셔서 물으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느님께서는 그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실 기세입니다.
만일 제가 솔로몬이었다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주변 강대국들에게 당당히 맞설 강력한 군사력, 이를 바탕으로 한 천년 왕국을 청했을 것입니다.
그도 아니라면 왕으로 살아가는 동안 백성들 모두 굶주리지 않고, 전쟁도 겪기 않고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청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대답을 보십시오. 참으로 지혜롭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극히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서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솔로몬의 대답이 너무나 마음에 흡족하셨던 주님께서는 더 큰 것을 선물로 주십니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도 않고,
네 원수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자, 내가 네 말대로 해 주겠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또한 나는 네가 청하지 않은 것, 곧 부와 명예도 너에게 준다.”
하느님께 올린 솔로몬의 청원 기도는 오늘 우리의 청원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너무나 정확한 모범 답안지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무엇을 주님께 청하고 있는지 깊이 깊이 성찰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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