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7,14-23: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외적인 부정함과 내적인 더러움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가르쳐 주신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마르 7,15)
당시 유다인 사회에서는 특정 음식, 특히 돼지고기나 금기 음식물은 부정하다고 여겨졌다. 레위기 11장에 규정된 음식법은 신앙과 정결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2마카 6장에 기록된 사건처럼 이를 어기는 것은 생명의 위협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음식 자체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선언하신다.
그분이 강조하신 것은 입에서 나오는 것, 곧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사람을 더럽힌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21-22절)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대목을 주해하며, 단순히 말과 생각이 아니라 “마음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의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말에 담긴 의도와 악한 뜻이다. 혀는 단순히 도구일 뿐, 마음이 악하면 그 혀도 악해진다.” (Hom. in Matthaeum 51,3) 이는 신앙의 본질이 외형적 규범이 아니라, 마음의 정결과 사랑에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물건, 음식, 의식이 아닌 마음과 행동이 사람의 도덕적·영적 상태를 결정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악은 인간 마음에서 비롯되며, 외부 사물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다. 우리의 마음이 악함으로써 외부 사물도 악하게 사용된다.”(Cofessiones, IV, 8)라고 말했다. 교리서도 1851항에서 “참된 도덕적 선과 악은 인간의 의지와 마음에 달려 있으며, 외적 행위만으로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 밝히고 있다. 오리게네스는 인간 내면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외부 사물은 우리를 강제하지 않는다. 마음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우리를 더럽힐 수 없다.”(Commentarium in Matthaeum 11,12) 라고 해석했다. 이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자기 내면을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나는 무엇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 나의 생각과 말, 행동은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혹시 외적 규범이나 형식에 안주하며, 마음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앙은 단순히 외적인 준법이 아니라, 마음과 행위에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드러나는 삶이다. 우리가 마음을 깨끗이 하고, 선한 생각과 행동을 일상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정결함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늘 복음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마음 안에서 선한 씨앗을 심고 가꾸어, 하느님과 이웃에게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도록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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