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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16 조회수 : 5

복음: 마르 8,11-13: 기적을 요구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로부터 오는 표징”을 요구한다. 예수님께서는 단호하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12절) 바리사이들의 요구는 단순한 호기심보다도 예수님을 시험하려는 교만한 태도였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수많은 치유와 빵의 기적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이해와 욕망에 맞는 ‘권력의 증거’, 곧 로마를 무너뜨리고 이스라엘을 높여줄 정치적 표징을 요구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믿음의 부족을 드러내며, 그것은 곧 하느님의 뜻을 시험하는 태도이다.”(Homilia in Matthaeum 43,3) 믿음은 외적 기적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내적 회개에서 자라난다. 

 

예수님께서 거부하신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하느님께서 보여주실 가장 큰 표징은 그리스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는 결정적 기적이다. 성 바오로 사도도 말한다. “유다인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힘이요 지혜입니다.”(1코린 1,22-24) 즉, 세상이 어리석음으로 보는 십자가가 바로 하느님의 표징이자 구원의 길이다. 

 

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예수님의 기적들은 그분의 메시지를 확증하는 표징들이지만, 그분 자신이야말로 참된 표징이시다.”(547항 참조) 또한 교회는, 성령 안에서 일어나는 내적 회개와 성화의 열매야말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가르친다(1431항 참조). 

 

성 아우구스티노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너는 큰 기적을 찾고 있느냐? 너 자신이 변화되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Sermo 29,2)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마음이 완고함에서 풀려 하느님께 열리고, 용서할 수 없던 이를 용서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변화이다. 

 

우리는 종종 바리사이들처럼 눈에 보이는 기적만을 청하곤 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 회개, 사랑의 실천을 통해 가장 큰 기적을 일으키신다. 내가 변할 때, 가정이 변하고, 공동체가 변하며, 세상도 변한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는 어떤 기적을 청하고 있느냐?” 세속적인 부와 안락을 위한 기적인가, 아니면 내 안에서 하느님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적인가? 

 

우리가 청해야 할 기적은 십자가를 통해 이미 주어진 구원, 그리고 성령께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내적 회개의 은총이다. 표징을 찾는 대신, 우리 자신이 주님 안에서 표징이 되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증거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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