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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22 조회수 : 53

복음: 마태 4,1-11: 예수께서는 40일을 단식하시고 유혹을 받으셨다. 

 

1. 사순절: 구세사의 광야로의 초대

재의 수요일로 시작된 사순절은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향한 영적 순례의 시간이다. 교리서는 사순절을 이렇게 규정한다. “사순 시기는 신자들이 세례나 회개의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가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묵상하며 참여하는 시기이다.”(540 참조)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날 준비를 위한 정화와 시련의 상징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을 보내며 하느님 백성으로 정화되었고(신명 8,2-4), 모세는 40주야를 산 위에서 머물며 율법을 받았으며(탈출 34,28), 엘리야는 40일 동안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1열왕 19,8). 사순절은 침묵과 비움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이 여정은 “우리의 과월절 양이신 그리스도”(1코린 5,7)를 향해 나아가는 순례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나기 위한 준비다. 

 

2. 광야의 유혹: “너는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예수님께서는 요르단에서 세례를 받으신 직후, 성령께서 그분을 광야로 이끄시어 사탄에게 유혹을 받게 하신다. 이것은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시험이었다. 사탄은 두 번이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3.6절)이라고 말하며,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세속적 방식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즉, 돌을 빵으로 바꾸고, 스스로를 과시하며, 세상 권세를 차지하라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정치적 해방과 권력을 가져올 세속적 메시아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고통받는 종의 길(이사 52–53장), 곧 십자가의 길을 택하신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장면을 이렇게 묵상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대신하여 유혹을 받으셨다. 그분이 이기셨기에 우리도 그분 안에서 이길 수 있다.”(Sermo 2 de Tempore, 2) 그리스도의 유혹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겪게 되는 내적 싸움의 모형임을 드러낸다. 

 

3. 하느님의 말씀으로 승리하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사탄의 유혹에 세 번 모두 하느님의 말씀으로 응답하신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신명 8,3)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신명 6,16) “주 너의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신명 6,13) 그리스도께서는 말씀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통해 인간적 유혹의 모든 차원을 넘어선다. 그분의 결정은 하느님의 구원계획(salutis consilium) 안에 철저히 근거해 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아담의 유혹을 거슬러 이기셨으며, 자신의 완전한 순종으로 우리의 구원을 시작하셨다.”(538항) “그분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대표로서 사탄을 이기셨고, 이로써 우리도 그분의 순종 안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되었다.”(539항)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강조한다.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사탄을 물리치셨다. 그러니 너도 네 광야에서, 말씀으로 그를 물리쳐라.”(Homiliae in Matthaeum, 13,2) 말씀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과 생명 자체이다. 따라서 “말씀으로 산다.”(4절)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 맡기는 순종의 신앙을 의미한다. 

 

4. 두 아담: 불순종과 순종의 대조

창세기의 원죄 이야기에서 사탄은 인간에게 “너희가 하느님처럼 될 것이다.”(창세 3,5)라고 속이며, 그 결과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죄를 짓게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과 대조시킨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인이 될 것입니다.”(로마 5,19) 그리스도께서는 “새 아담”으로서 인류를 다시 하느님의 자녀로 회복하셨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류가 죽음에 빠졌듯이, 마리아의 순종과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생명이 회복되었다.”(Adversus Haereses, III,22,4) 예수님의 순종은 단순한 도덕적 복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완전한 응답이며,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 절정에 달한 구속적 순종이다. 

 

5. 오늘 우리의 광야

그리스도인의 삶은 매일의 광야를 걷는 여정이다. 우리도 물질적 안락, 명예, 자아확립의 유혹 속에서 “돌을 빵으로 바꾸는” 시도를 반복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말씀으로 이기셨고, 우리에게도 그분의 승리를 나누어 주신다. 성 바실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금식은 음식보다 마음을 절제하는 것이다. 진정한 금식은 악에서 떠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채워지는 것이다.”(Homilia de Jejunio, 1) 사순절은 금식과 회개의 외적 표징을 넘어, 하느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내면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순종의 길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유를 되찾는 길이기도 하다. 

 

6. 결론: 순종 안에서 완성되는 구원

오늘 복음은 단지 유혹의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 구원의 전 모형이다. 예수님의 광야 체험은 세례로 받은 우리의 소명을 되새기게 한다. 그리스도께서 유혹을 이기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말씀에 의지할 때 사탄의 속삭임을 이길 수 있다. 교리서는 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예수의 순종은 우리의 불순종을 대신하는 것이며, 그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한다.”(615) 그리스도께서 이미 이기셨다. 그분의 승리는 곧 우리의 희망이다. 사순절의 여정 안에서 우리도 그분과 함께 “하느님의 아들답게” 살아가도록 초대받고 있다.

“주님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이기셨듯이 저희도 세상의 유혹에서 당신 말씀에 굳건히 서게 하소서. 순종으로 구원을 이루신 당신의 사랑을 본받아 사순의 여정 안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부활을 기다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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