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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12 조회수 : 37

 [사순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루카 11,14-23: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시는 장면을 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분의 권능을 인정하지 않고,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15절)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왜곡하는 죄이자, 성령의 활동을 거슬러 대적하는 불신앙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답하신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20절). 여기서 “하느님의 손가락”은 성령을 가리킨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성부께서는 말씀과 성령, 곧 두 손을 통해 모든 것을 행하신다.”(Adversus Haereses IV, 20,1) 즉, 그리스도와 성령의 활동은 분리될 수 없다. 예수님의 기적은 단순한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성령의 현존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예수님은 또 비유로 말씀하신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21-22절). 여기서 “힘센 자”는 세상의 지배자 사탄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보다 더 힘센 분이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해석한다. “더 힘센 분이 들어오셔서, 악마의 사슬을 풀고 사로잡힌 이들을 해방시키셨다.”(Enarrationes in Psalmos 124, 7)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이미 사탄의 권세를 꺾으셨다. 그분 안에서 우리는 죄와 죽음의 속박에서 해방된 새로운 백성이 된 것이다.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말씀하신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23절). 여기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모으는 자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흩어버리는 자일 뿐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중간에 서 있으려는 자는 비록 드러내어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은 대적자다.”(Homilia XLIII in Matthaeum) 사순 시기를 지내는 우리도 이 말씀 앞에 서 있다. 나는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편에 서 있는가? 아니면 무관심과 타성 속에서 사실상 그분을 외면하고 있는가?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예수님의 마귀 쫓아내심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당신 안에 와 있음을 드러내며, 십자가의 승리로 그 나라가 결정적으로 시작될 것을 예고한다.”(550항) 따라서 예수님의 기적은 단순한 표징이 아니라, 구원의 질서가 시작되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예수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신 것은 곧,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보여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순 시기에 더욱 깨어, 주님의 편에 서야 한다. 중립은 없다.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 안에서 죄의 유혹과 어둠을 물리치며, 그리스도와 함께 모아들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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