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월요일]
복음: 요한 4,43-54: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의 카나에서 일어난 치유의 사건을 전한다. 카파르나움의 왕실 관리가 예수님께 와서 죽어가는 아들을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는 높은 지위를 가졌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목수 출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는 이미 그 마음에 겸손과 믿음의 씨앗이 심겨 있었음을 보여 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50절)라고 말씀하신다. 그 순간 관리의 아들은 치유되었고, 그와 온 가족이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관리의 믿음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기대 수준에서 예수님을 찾았다. 그러나 말씀의 실현을 경험하면서, 그의 믿음은 표징에 의존하는 믿음에서 예수님 자체를 믿는 믿음으로 성숙하게 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께서는 그 아버지가 표징만을 바라는 믿음에서 말씀을 통한 믿음으로 이끌어 올리신다. 치유는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그에게 참된 믿음을 가르치려는 것이었다.”(In Ioannem Homiliae, Hom. 35,1)
예수님께서는 직접 아이를 찾아가시지 않고, 단지 말씀 한마디로 치유하신다.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창조 때 “빛이 생겨라.”(창세 1,3)라고 하셨던 하느님의 말씀처럼 실제를 일으키는 능력의 말씀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묵상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보이지 않는 손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거리를 두고 계셨으나, 그분의 말씀은 멀리 떨어진 아이에게 다가가 치유하셨다.”Tractatus in Ioannem, Tract. 16,2) 말씀은 하느님의 생명을 전하는 힘이다. 관리 한 사람의 믿음은 결국 온 가족의 믿음으로 확산하였다. 한 사람의 체험과 고백이 공동체 전체를 변화시킨 것이다. 교리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믿음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결코 고립된 행위가 아니다. 아무도 홀로 믿지 않는다. 우리는 교회를 통하여 믿음을 받으며, 교회를 통하여 그 믿음을 살아간다.”(166항) 한 사람의 신앙이 가족, 공동체, 교회 전체를 새롭게 할 수 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나는 예수님을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분”으로만 믿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삶을 이끄시는 주님”으로 믿고 있는가? 믿음은 단순히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신뢰하며 그분 안에 머무는 것이다. 사순절은 불완전한 믿음에서 성숙한 믿음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과거에 우리가 받은 은총을 기억하며, 지금 내 삶 속에서 예수님을 어떤 자리에 모시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왕실 관리가 겸손히 예수님을 찾았을 때, 그의 아들과 그의 믿음이 함께 살아났다. 이처럼 우리도 사순 시기에 마음을 낮추고, 주님의 말씀을 신뢰하며,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믿음을 증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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