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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5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25 조회수 : 39

[주님의 탄생 예고 대축일] 
 
복음: 루카 1,26-38: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신비를 기념한다.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와 마리아의 응답 안에서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이루어진다. 하느님께서 한 여인의 "예!, Fiat!"에 당신의 구원 계획을 맡기셨다. 
 
1. 은총의 충만함: “은총이 가득한 이여” (루카 1,28)
천사가 건넨 인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28절)는 성경 전체에서 유일하게 마리아에게만 주어진 호칭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특별히 선택하시고, 은총으로 가득 채우셨음을 의미한다. 성 이레네오는 말한다. “하와가 불순종으로 인류에게 죽음을 가져왔듯이, 마리아는 순종으로 인류에게 생명을 가져왔다.” (Adversus Haereses, III,22,4) 즉,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의 ‘순종’이야말로 인류의 새 역사를 열었다. 
 
2. 말씀의 잉태: 성령의 능력으로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35절) 창세기 1,2에서 성령이 물 위를 감돌며 창조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성령께서는 마리아의 태중에서 새 창조를 시작하신다. 성 아타나시오는 이렇게 말한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으니, 이는 우리가 신성에 참여하기 위함이다.”(De Incarnatione, 54,3) 곧, 마리아의 ‘예!’는 하느님의 강생 사건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 강생은 곧 우리의 구원이자 신화(神化, theosis)의 시작이다. 
 
3. 순종의 모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마리아의 응답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자기 전 존재의 봉헌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묵상하며 말한다.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먼저 마음에 잉태하였고, 그다음에 몸으로 잉태하였다.”(Sermo 215,4) 곧, 마리아의 순종은 믿음의 결단이며, 그 믿음이 그리스도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교회 헌장은 선언한다. “마리아는 믿음으로써, 새로운 하와가 되어 온 인류를 위해 순종과 기쁨을 가져왔다.”(56항) 
 
4. 우리의 응답: 말씀을 잉태하는 삶
마리아의 순종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요청된다. 우리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잉태하고, 그것을 삶으로 낳아야 할 사명을 받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렇게 가르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는 모두 마리아와 같은 영적 모성이 있다. 그리스도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이들 안에서 계속 태어나신다.”(Verbum Domini, 28) 
 
결론
오늘 우리는 마리아의 “Fiat!(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안에서 믿음의 모범을 발견한다. 하와의 불순종을 뒤집은 새로운 순종, 성령의 능력 안에서 이루어진 새 창조, 그리고 말씀을 마음에 잉태하고 세상에 낳아주는 교회의 사명이다. 마리아의 태중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셨듯이, 오늘 우리 마음 안에서도 말씀이 자라나 이웃에게 전해져야 한다. 우리 각자의 “예!, Fiat!”이 곧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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