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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6-03-27 조회수 : 99

비운의 역사적 결의

 


공관복음과 비교해 볼 때, 요한복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복음서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이(21개의 장 가운데 11-21) 수난과 죽음과 부활 기사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단원은 죽음을 향하시는 예수님(11,1-12,50), 최후 만찬과 고별사(13-17), 수난과 죽음 기사(18-19), 그리고 부활 기사를(20-21) 잇따라 나열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앞선 단원과 마찬가지로, 말씀으로 대화하시며 가르치시는 예수님을 자주 만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 기사의 첫 부분(11,1-12,50) 가운데, 예수님이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사건을(11,1-44) 목격하고서, 소위 최고 의회구성원들이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하는장면을 소개합니다. 흔히 최고 의회로 번역하는 산헤드린은 본디 유다 백성의 최고 종교기관으로서 대사제가 의장직을 맡고, 칠십여 명의 의원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었는데, 의원들 대부분은 사두가이였고 더러는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예수님을 처형하기로 결의한 계기는 예수님이 행하신 저렇게 많은 표징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믿음을 북돋워 주기 위하여 수많은 표징을 보여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바로 격렬한 반대의 이유가 되며, 끝내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하는결과를 초래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의 궁색한 입장에서는 예수님의 저렇게 많은 표징에 대한 대책이 절실했습니다: “저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모두 그를 믿을 것이고, 또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이 거룩한 곳과 우리 민족을 짓밟고 말 것이오무엇보다 먼저 그들이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에 대한 위협을 경계해야 했으며, 백성을 선동하여 결국 성전이 파괴되고 민족이 절멸되리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해 산헤드린의 의장직을 맡고 있던 대사제 카야파의 발언이 예언적 가치를 지니는 역설을 확인합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카야파는 예수님을 하나의 정치적 세력으로 보고서, 그분은 그 많은 표징으로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분을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훗날 제자들 또는 복음 저자들은 모든 것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비추어 되새겨 보는 가운데, 카야파의 발언이 지니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의 구원을 확고히 하시고, 성부의 이끄심에 따라 세상 곳곳에서 모여드는 이들을 하나의 백성으로 모으실 것이라는 예언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전례적으로 내일 주일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곧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예루살렘은 불신과 배반과 반대와 박해로 예수님을 맞아들여 죽음의 길로 안내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살아온 사순시기들을 돌이켜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주님의 마지막 고통의 길, 곧 구원의 길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굳건히 하는, 신앙인다운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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