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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4-02 조회수 : 41

 [성목요일] 
 
복음: 요한 13,1-15: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오늘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하며,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제자들과 함께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한다. 성목요일의 중심에는 성체성사의 제정, 사제직의 기원, 그리고 발 씻김의 모범이 있다. 복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1절) 여기서 “끝까지”는 단순히 시간적 의미가 아니라, 완전한 사랑,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충만한 사랑을 뜻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발 씻김은 그리스도의 겸손한 사랑의 성사적 표징이며, 이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정화한다.”(In Iohannis Evangelium Tractatus 55,7). 예수님께서 성체 안에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것도, 발을 씻어 주심도 모두 이 끝까지의 사랑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3절)는 것을 아시면서도 겉옷을 벗고 수건을 두르시며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다. 권능의 주님께서 종의 모습으로 낮아지신 것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설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으심으로써, 교만한 인간의 머리를 낮추셨다.”(Homiliae in Ioannem 70,3). 하느님께 가까이 간다는 것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형제의 발 앞에 무릎을 꿇는 겸손이다. 베드로는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8절)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8절)라고 하신다. 이 발 씻김은 단순한 세정 행위가 아니라, 정화와 사명 부여의 신비이다. 이사야 예언자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이사 52,7)이라고 했듯이,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복음을 전할 사도로 파견하시려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다의 발까지 씻으셨다. 성 암브로시오는 말한다. “주님은 원수의 발까지 씻으셨으나, 유다는 사랑을 배반하고 발을 씻어 주신 손에 못을 박았다.”(Expositio Evangelii secundum Lucam X,112). 이처럼 주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셨다. 사랑은 배신을 당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결론적으로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15절). 이는 겸손과 사랑의 삶 전체를 살아가라는 초대이다. 우리가 성체를 모실 때, 그것은 곧 사랑으로 형제를 섬길 사명을 함께 받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성체와 사제직, 그리고 발 씻김의 사랑을 묵상한다. 주님은 성체성사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시고, 발 씻김을 통해 우리에게 섬김의 모범을 보이셨다. 이제 우리도 그분을 본받아 서로의 발을 씻어 주며, 성체의 사랑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14절)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성삼일의 거룩한 여정을 함께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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