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
복음: 요한 18,1-19,42: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오늘 우리는 교회의 가장 엄숙한 전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한다. 성금요일은 성체성사도, 미사도 없고, 오직 십자가와 말씀 앞에 침묵하며 서 있는 날이다. 오늘의 핵심은 오직 하나, 하느님의 사랑이 십자가 위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죄로 인해 스스로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아드님은 아버지의 뜻에 끝까지 순명하심으로써, 우리를 대신해 속죄 제물이 되셨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6-8). 성 이레네오도 같은 믿음을 고백한다. “한 사람 아담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지만, 한 사람 예수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롭게 되었다.”(Adversus Haereses 3,18,7).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사랑이다.(요한 15,13)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시기에, 가장 극단적인 사랑의 형태인 죽음을 택하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십자가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심판대이자, 동시에 하느님의 학교다. 그 위에서 우리는 무엇이 사랑인지를 배운다.”(Sermones 218,3).
예수님께서는 숨을 거두시기 전에 당신의 어머니를 제자에게 맡기셨다. 이는 단순한 가족적 배려가 아니라, 마리아가 교회의 어머니가 되심을 선포하는 행위였다. 교회는 성모의 모성 안에서 신앙을 지탱받는다. 또한, 창에 찔리신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성사들의 원천이며 교회의 탄생을 드러낸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주석하며 말한다. “그분의 옆구리에서 나온 피와 물은 교회의 성사들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분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Homiliae in Ioannem 85,3).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는 단순히 죽음의 종결을 뜻하지 않는다. 구원의 경륜, 곧 하느님 아버지의 계획이 충만히 성취되었음을 의미한다.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그리스도의 모든 생애는 그분의 파스카 신비를 향하고 있으며, 십자가는 그 사랑의 절정이다.”(607항).
오늘 우리는 십자가 앞에 서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하느님 사랑의 극치를 본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이제 우리는 그분의 피로 새 생명을 얻었으며, 그분의 죽음을 통해 부활의 희망을 받았다. 그러므로 오늘, 이 성금요일, 우리 모두 십자가 아래에 함께 서서 성모님과 더불어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주님의 은혜에 응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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