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복음: 마태 28,1-10: 부활하신 예수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다.
1. 부활의 아침: 주님께서 만드신 날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7[118],24) 부활 성야는 창조의 첫날이 새롭게 시작되는 순간이다. 하느님께서 한 처음에 “빛이 생겨라.”(창세 1,3) 하셨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부활은 새 창조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신다.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1절), 이 표현은 단순한 시간의 표지가 아니라, 구약의 안식일이 부활의 주일로 전환되는 사건, 즉, 새 창조의 시작을 의미한다.
2. 무덤을 찾은 여인들: 사랑이 두려움을 이기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1절) 마태오 복음은 여인들이 주님을 찾은 이유를 다른 복음처럼 “향유를 바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덤을 보러 갔다.”라고 밝힌다. 그들의 행위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기억이었다. 이 여인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 만났다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순수한 믿음의 보상이었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그리스도의 부활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다.”(9절) 이 ‘절’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신앙고백이며, 그분을 향한 넘치는 기쁨과 경배의 행위이다.
3. 두려움과 기쁨 사이: 부활의 체험
“그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8절) 부활의 체험은 언제나 두려움과 기쁨이 함께 있다. 하느님의 능력 앞에서의 거룩한 두려움, 그리고 죽음을 이기신 사랑의 기쁨, 이것이 부활 신앙의 본질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여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기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Sermo 232,1) 여인들의 이 ‘두려운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내적 체험을 보여 준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깊을수록 그분 앞에서의 경외도 커지는 법이다.
4. 부활의 새 명령: “갈릴래아로 가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10절) 갈릴래아는 주님께서 처음 제자들을 부르신 곳, 곧 복음의 시작점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을 다시 그 자리로 부르신다. 이는 사명으로의 회복, 복음의 재출발을 뜻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설교한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갈릴래아로 부르신 것은, 그들의 실패한 믿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기 위함이었다. 부활은 과거의 죄를 기억하지 않고, 새 사명을 시작하게 하는 은총이다.”(Homilia in Matthaeum, 90,3) 부활은 단지 “예수께서 살아나셨다.”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사명과 존재가 새롭게 태어나는 시작점이다.
5. 부활의 의미: 나의 부활, 나의 변화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히 하느님의 능력의 표지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변혁의 신비이다. 그분의 부활이 나의 부활이 되고, 그분의 생명이 내 안에서 살아나야 한다. 성 그레고리오는 가르친다. “부활의 신비는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안에서 새로이 살아야 하는 신비다.”(Homiliae in Evangelia, 21,6) 부활은 그저 ‘기념’이 아니라, 삶의 변모다. 내가 내 십자가를 지고, 나 자신을 이기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때, 그 안에서 부활이 일어난다.
6. 결론: 부활하신 주님, 나의 주님
부활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안에서 새로 태어나시길 바라신다. 부활의 주님께서 우리의 두려움을 기쁨으로, 우리의 무덤을 생명으로, 우리의 실패를 새로운 사명으로 바꾸어 주신다. 이 부활 성야에 우리 모두의 삶이 “부활의 복음”이 되기를 기도하자.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시어 다시는 돌아가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죽음은 더 이상 그분 위에 군림하지 못합니다.”(로마 6,9)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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