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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8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4-08 조회수 : 41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복음: 루카 24,13-35: 엠마오의 제자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21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죽음은 실패처럼 보였다. 우리 역시 삶의 고난과 좌절 앞에서 희망을 잃고 낙심하며,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절망의 길을 걸을 때가 많다. 그 순간 부활하신 주님께서 다가와 물으신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17절) 주님은 그들의 어두운 길을 그냥 두지 않으시고, 동행하신다. 그들은 눈으로 주님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주님은 인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성경을 풀어 주신다. 성 예로니모는 말한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Commentarium in Isaiam Prologus) 말씀의 빛이 어둠을 깨뜨리고, 제자들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다(32절). 
 
제자들의 눈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빵을 떼어 나누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렸다.(30-31절) 이는 성찬례의 신비를 예표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빵을 떼는 행위 속에서 주님을 알아보았다. 이제 그리스도는 그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성찬 안에서 인식된다.”(Sermo 234,2) 예수님께서 사라지신 것은 그분이 떠나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성체와 말씀 안에서 현존하신다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주신 것이다. 교리서도 가르친다. “예수님께서는 말씀과 성사 안에서,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당신 교회와 함께 현존하신다.”(1088항) 
 
주님을 만난 두 제자는 “곧바로”(33절)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다. 밤길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달려간 것은, 그들의 마음이 부활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복음 선교 교령(Evangelii Nuntiamdi)은 가르친다.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혼자 간직할 수 없다. 그것은 나눔과 선포 안에서 완성된다.”(14항 참조) 우리 역시 주님을 성찬 안에서 체험한다면,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엠마오 제자들의 여정은 곧 우리의 여정이다. 절망의 길에서 주님은 우리와 함께 걸으신다. 말씀의 불은 낙심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성찬의 빵은 눈을 열어 주님을 알아보게 한다. 선포의 사명은 우리를 공동체와 세상으로 되돌려 보낸다. 부활 신앙은 교회 안의 성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을 세상에서 증언하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의 삶에도 엠마오의 길이 있다. 그러나 주님은 그 길에서 우리와 동행하시며, 말씀으로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고, 성찬으로 눈을 열어 당신을 드러내신다. 이제 우리 차례다.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기쁨에 찬 목소리로 증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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