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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6-04-17 조회수 : 93

하느님의 부재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을 바로 뒤따르는 부분으로서, 놀라운 빵의 기적 이야기 다음 대목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어제의 빵의 기적 이야기든 오늘의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든, 두 이야기 모두 공관 복음서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속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적지 않은 차이점을 보인다 하더라도, 복음서에 이 사건들이 공통으로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은 사건의 중요성과 함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절박성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빵의 기적이라는 기념비적인 날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은 호수로 내려가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향합니다. 그들 가운데는 예수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늘 중대한 사건을 펼치신 난 다음 기도 등 정리하실 시간을 가지시기 위해 홀로 남아 계심에 익숙하기라도 한 듯이, 제자들은 예수님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입니다.

우리가 자주 체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미사성제 안에서 생명의 빵을 모시고 난 다음, 또는 강력한 신앙 체험을 하고 난 다음, 우리도 제자들처럼 용기를 내어 스스로 무슨 일을 처리하고자 나서곤 합니다만, 별 성과가 없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왜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지 않지?’ 하는 불만 섞인 질문을 토로하곤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처럼 우리 스스로 떠나도록 내버려 두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신앙이 큰 바람이나 그로 인한 거센 물결을 잠재우거나, 암초를 제거해주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에게 교회는 투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찾는 피신처나 모든 어려움을 모면하게 해주는 안식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 스스로 떠나도록 내버려 두셨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신앙인 스스로 갖추고 드러내야 하는 결단과 노력과 행동이 있음을 배웁니다.

 

사실, 어려움이 닥칠 때 기도로 청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식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재는 그 자체로 불안과 두려움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어떠한 경우든지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기도가 앞서야 합니다. 그러나 그 기도 속에는 마주치거나 마주칠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는 요행이 아니라 맞서 싸울 힘과 용기를 청함이 가득해야 합니다. 아니, 그것이 전부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큰 바람과 거센 물결 속에서 호수 위를 걸어 배에 가까이 오시는예수님,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하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호수 건너편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예수님을 다시 만날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며, 신앙의 기쁨과 보람 또한 식어가고 말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부재는 신앙인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부재를 통해,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온전한 자유와 함께 책임감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며, 갖은 역경 속에서 또는 끝내 호수 건너편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며 계속해서 당신을 따라나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하루,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가로막는 것이 있으면 뛰어넘을 수 있도록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온 힘을 다해 부활 신앙인다운 삶, 결단과 책임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희망하는, 은총 넘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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