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4,21-26: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사랑과 계명 준수, 그리고 보호자 성령의 선물을 하나로 연결하여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21절)라고 말씀하신다. 즉, 주님을 사랑하는 표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삶이다. 사랑이 계명의 실천으로 드러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사랑이 곧 나의 무게다.”(Confessiones, XIII,9,10 의역)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끌려간다.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계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곧 하느님께로 끌려가게 된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23절). 성 치릴로는 이 구절을 주해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 안에 사시며, 우리는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된다.”(In Joannis Evangelium 의역)라고 설명한다. 곧, 성령 안에서 하느님은 우리 안에 사시며, 우리는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친교에 참여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26절). 성 바실리오는 성령의 행적을 이렇게 묘사한다. “성령께서는 가르치시고, 비추시며, 주님의 말씀을 제자들의 기억 속에 새겨주신다.”(De Spiritu Sancto 의역) 즉, 아들은 말씀하시고, 성령은 그 말씀을 깨닫게 하며, 아버지는 그 말씀을 주신 분이시다. 삼위의 협력 속에서 우리는 진리로 인도된다. 교리서도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며, 그들을 ‘모든 진리’로 인도하신다. 그분께서는 교회를 살아 있는 기억 안에 보존하신다.”(94항 의역, 요한 16,13 참조) 성령의 가르침 안에서 교회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지니고, 그 말씀을 살아 있는 전통 속에서 보존하고 증거한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한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분의 계명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계명을 지킬 때, 아버지와 아들이 우리 안에 사시며, 성령께서 우리를 가르치신다. 성령 안에서 우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에 참여하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삼위일체의 사랑에 참여하는 삶이다. 우리가 날마다 성령께 마음을 열고, 말씀을 실천하며 사랑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하느님 안에 살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는 것이다. 이를 잘 묵상하며 삶으로 살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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