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4,27-31: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당신의 평화를 남겨 주신다. 이 평화는 단순한 전쟁의 부재나 갈등의 회피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오는 내적 평화이며, 아버지의 뜻을 완전히 받아들임에서 오는 평화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27절). 이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르다. 세상의 평화는 외적인 안정에 불과하지만, 주님의 평화는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이 바로 우리의 평화이시며, 둘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시다.”(Enarrationes in Psalmos; 에페 2,14 의역)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는 하느님과 화해시켜 주는 평화이며, 원수였던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평화이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28절).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가시는 것은 제자들에게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분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을 통해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나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구원이 열리기 때문이다. 성 치릴로는 이렇게 해석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보내시고 우리를 아버지께 인도하시기 위해 올라가신다.”(In Joannis Evangelium 의역) 곧, 주님의 떠나심은 결핍이 아니라, 더 큰 친교와 은총의 시작이다.
“세상의 우두머리가 오고 있다. 그는 나에게 아무 권한도 없다.”(30절). 세상의 우두머리, 곧 사탄은 예수님을 공격했지만, 그분 안에서는 아무런 죄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분은 무죄하신 분이시며, 오직 아버지의 뜻만을 따르신 분이시다. 성 이레네오는 이 구절을 이렇게 설명한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의 권세를 쥐고 있던 자를 묶으셨다.”(Adversus Haereses V 의역)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아버지께 대한 순종 안에서 이루어진 결정적인 승리였다.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예수님의 유언은 평화이다. 그분은 부활하신 후에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를 반복하여 제자들에게 주셨다. 이 평화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이며, 하느님 나라의 화해와 일치의 표징이다.”(2305, 764, 2819항 요약) 그리스도의 평화는 성령 안에서 우리 안에 살아 있는 현실이며, 교회가 세상에서 증거해야 할 표지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평화의 길을 가르친다. 주님의 평화는 우리 안에서 시작되어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곧 참된 자유와 평화의 길이다. 우리 모두 주님의 평화를 받아, 그 평화를 지키며, 세상에 평화를 증거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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