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5,1-8: 내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당신을 “참 포도나무”라 부르시며, 제자들을 가지라 하신다. 이 비유는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물러야만 생명을 얻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드러낸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이시다.”(1절)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의 관계 안에서 당신의 존재를 밝히신다. 아버지는 농부로서 포도나무를 가꾸시고, 아들은 생명과 은총의 근원인 참 포도나무이시다. 우리가 그분께 접붙여진 가지라면, 우리의 생명은 전적으로 그분께 의존한다. 성 치릴로는 이렇게 말한다. “포도나무의 뿌리가 가지에 자기 힘을 퍼뜨리듯, 하느님의 말씀은 성령을 통하여 믿는 이들에게 생명을 부어 주신다.”(Commentarius In Joannem 의역) 곧, 우리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께 접붙여져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신앙과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2절).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때로는 고통과 시련으로 정화하신다. 이는 벌이 아니라, 더 큰 열매를 맺게 하시려는 사랑의 손길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주석한다. “머무르기를 원치 않는 가지만 잘려 나가고, 머무르는 가지는 더욱 깨끗하게 다듬어진다.”(Homiliae in Ioannem 75 의역) 따라서, 우리의 시련은 버림받음이 아니라, 더 큰 열매로 이끄는 하느님의 섭리이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5절) 주님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분과 단절된 채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신다. 우리의 생명과 선행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은총에서 나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마르듯이, 그리스도께 붙어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Tractatus in Ioannem 81, 요한 15,5 의역) 따라서, 우리의 겸손은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주님 안에 뿌리내리는 데서 시작된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8절). 우리의 착한 행실과 사랑의 열매는 단순히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이루시는 일이다.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신자들은 그리스도와 결합함으로써 성령의 열매를 맺고, 그들의 삶 전체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된다.”(736항 요약) 곧, 우리가 열매를 맺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명이다. 우리는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안에 머무를 때만이 살아 있고 열매 맺으며, 참된 제자가 된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라는 말씀처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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