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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5-07 조회수 : 36

복음: 요한 15,9-11: 너희의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들려주신 의미 깊은 말씀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9절)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곧 삼위일체적 사랑 안으로 우리를 불러들이시는 신비로운 초대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아버지의 계명을 지킴으로써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무르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계명을 지킬 때 그분 사랑 안에 머물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계명은 단순한 규칙이나 외적 행위가 아니라, 사랑 자체의 표현이다. 사랑 없는 계명 준수는 공허하며, 사랑 없는 믿음은 아무 소용이 없다.(1코린 13,1-3 참조)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In Epistolam Ioannis ad Parthos, Tract. VII 의역)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은 사랑이며, 사랑할 때만 우리의 행위는 하느님 안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11절) 주님은 우리를 단순히 의무 속으로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기쁨으로 충만한 삶으로 초대하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주님의 기쁨을 이렇게 해석한다. “그리스도의 기쁨은 성령의 기쁨이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 안에 머무르실 때, 비로소 참된 기쁨이 있다.”(In Ioannem, Hom. 77 의역) 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사랑 안에서 우리는 단순한 쾌락이나 세상의 기쁨이 아니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내적 기쁨을 누리게 된다. 교리서도 이 말씀을 깊이 해석한다. “사랑은 모든 덕의 완성이며, 사랑은 기쁨과 평화와 인내와 자비를 낳는다.”(1829항 의역) 또한 “하느님을 찾는 갈망은 참된 기쁨으로 우리를 인도한다.”(30항 의역)라고 말한다. 즉,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랑의 삶은 단순히 의무를 수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쁨에 참여하는 은총의 길이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늘 자기 욕심, 교만, 나태와 싸워야 한다. 성 바실리오는 이렇게 권고한다. “하느님 사랑은 게으르지 않다. 참으로 사랑하는 이는 수고하고, 싸우며, 끝까지 인내한다.”(Regulae fusius tractatae 의역) 사랑은 결코 감정적 만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 자기 부정의 길이다. 그러나 이 길 끝에 참된 자유와 기쁨이 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안에서 누리신 충만한 기쁨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주시고자 오늘 우리를 부르신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며 계명을 지킬 때, 성령의 기쁨이 우리 안에서 넘치게 될 것이다. 오늘, 이 성찬례 안에서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다시금 맛보고, 그 사랑 안에 머물도록 은총을 청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처럼, 사랑하며 살고, 사랑 안에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기쁨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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