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5월 9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6-05-08 조회수 : 53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

 


신앙인으로 살면서, 우리를 당신의 제자로 삼아 주신 예수님의 말씀이 때로는 분열을 초래할 때가 참 많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 때문에 한 집안이 분열되어 서로 맞서리라는 예고 말씀(마태 10,34-36; 루카 12,51-53 참조) 앞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예수님의 말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산다는 것이 어둠과 불의와 거짓을 즐기는 세상을 귀찮고 불편하게 만드는 삶임을 받아들이거나 각오하라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한편, 가톨릭 신자로 살면서도 신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스스로 개탄하거나 좌절 또는 무력감에 젖어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가톨릭 신자임에도 왜 사회 또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할까? 우리 입에 달고 다니는 빛과 소금의 역할 수행에 왜 그렇게 굼뜨거나 궁색하기만 할까? 빛과 진리를 따르는 모범적인 생활은 아니더라도, 때로 불의와 거짓과 불화를 마다하지 않는, 비신자들만도 못한 행동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처럼 초라한 모습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 곧 교회의 정신에 따른 사고 방식이 아니라, 세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사고 방식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데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분명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하느님의 말씀을 잣대로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박해를 각오하기보다는, 그래서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임을 드러내기보다는, 신앙인으로서의 사명 의식을 저버리거나 때로는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돌아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삶, 아니면 어느 틈엔가 나도 편승하고 있는 삶을 받아들여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 입장에만 서서, 무조건 세상일에 간섭하여 비난 또는 단죄만을 일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인권유린이나 생명 경시, 자연 파괴, 사회 불의와 같은 문제에서 입을 다물고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면, 더는 하느님, 성경, 교회 정신 등과 같은 개념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침묵은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는, 그야말로 세상의 미움이나 박해를 두려워하는 비굴한 행태, 하느님을 모독하고 성경을 곡해하고 교회 정신을 왜곡하는 수치스러운 작태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은 분명 두 발을 세상에 딛고 살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속한, 세상에 속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몸은 세상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은 늘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이 이 땅에 구현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희생하며 힘써야 할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는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그분의 뜻을 전하며 그 뜻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들입니다. 미움이 밀려오고 박해가 들이닥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님을, 우리 신앙공동체가 세상에 속한 공동체가 아님을 보증하는 증표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부활 신앙인들은 부활하신 주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사람들, 미움과 박해, 수난과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영광을 희망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 세상이 하느님의 뜻대로 구원을 향한 여정에 함께하도록 기도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하느님의 뜻대로 돌아가게 하는 데 보탬이 되는 하루, 부활신앙을 높이 기리며 힘차게 선포하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