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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5-10 조회수 : 31

복음: 요한 14,15-21: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다. 
 
1. 사랑으로 시작되고 사랑으로 끝나는 복음
오늘 복음은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15절)라고 말씀하시며, 참된 사랑은 말이 아니라, 순명과 행위 안에서 증명되는 것임을 가르치신다. 사랑하는 이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며, 그 계명을 지키는 사람 안에는 곧 성부와 성자의 현존이 드러난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21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사랑이 없는 계명 준수는 무익하고, 계명이 없는 사랑은 진실하지 않다. 사랑과 계명은 분리될 수 없는 쌍둥이와 같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65,1)라고 말한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지적 인식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행동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그분을 더 깊이 아는 사람은 더 많이 사랑하며, 그분의 계명을 충실히 실천하는 사람이다. 
 
2.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호자를 보내시리라.”(요한 14,1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떠남으로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성령의 약속을 주신다. “다른 보호자”(Paracletos)란 ‘곁에서 위로하고, 변호하며, 돕는 이’를 뜻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보호자이셨듯이, 이제 성령께서 그 역할을 이어가신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17절) ‘보다’(theorèin)라는 단어는 단순히 시각적 행위를 넘어,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는 통찰을 뜻한다. 세상은 이 눈을 갖지 못한다. 빛이 비추지만, 어둠은 그 빛을 깨닫지 못하는 것(요한 1,5)과 같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성령께서는 교회의 숨결이시다. 그분이 없다면 교회는 움직일 수 없다. 그분이 임하실 때, 모든 것은 다시 생명을 얻는다.”(In Ioannem Homilia 77,3)라고 하였다. 성령은 단순한 위로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는 협조자이시며,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새롭게 하시는 분이다. 
 
3.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요한 14,18)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홀로 두지 않으신다. 그분의 떠남은 부재가 아니라 새로운 현존의 시작이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다.”(19절)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지금도 신앙인의 마음 안에 현존하시며, 그 현존은 성령을 통해 지속된다.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삶 안에서 반복되는 현재의 체험이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20절) 
 
성 치릴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죽은 자들이다. 그러나 그분이 우리 안에 머무신다면, 우리는 부활의 삶을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다.”(In Ioannem Commentarius X, 2)라고 말한다. 
 
4. “너희 마음 안에 머무는 희망을 말할 준비를 하라.”(1베드 3,15)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한 사람은 자연스레 희망의 증인이 된다. 베드로 사도는 박해받는 교회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부활의 힘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용기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육으로는 살해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습니다.”(1베드 3,18) 이 말씀은 파스카의 신비를 압축하고 있다. 성령은 우리의 약함과 죽음 속에서도 부활을 일으키시는 능력이다.(로마 8,11 참조) 성 요한 다마스코는 “희망은 그리스도인의 영혼의 닻이다. 풍랑이 몰아쳐도 그 닻이 하늘에 닿아 있기 때문에 배는 결코 전복되지 않는다.”(De Fide Orthodoxa II, 27)라고 하였다. 
 
5. 우리의 부활 체험: 성령 안에서 사랑으로 살아가기
부활의 신비는 역사 속 사건이면서도, 우리의 일상 안에서 계속 실현되는 ‘지속적 창조’이다. 그리스도께서 성령 안에서 우리 안에 살아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세상의 미움과 폭력, 부정 속에서도 사랑의 힘은 여전히 새 생명을 낳는다.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내어주셨듯이, 우리도 봉사와 사랑의 삶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성령의 숨결 안에 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부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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