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6,5-11: “협조자이신 성령께서 오시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떠나야만 성령이 오신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7절) 제자들은 주님의 떠나심 때문에 슬퍼하지만, 예수님은 이 떠나심이 곧 하느님의 영광이며, 또한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어 그분의 현존을 새롭게 누리게 되는 길임을 드러내신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구절을 주석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일 그분이 떠나지 않으셨다면, 성령께서 그들에게 오시지 않으셨을 것이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XCIV, 요한 16,7 의역) 즉,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새로운 현존의 방식을 여는 사건이다. 예수님은 육신으로 제자들과 함께 계시는 대신, 성령 안에서 모든 시대, 모든 이와 함께 하시는 분으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예수님은 성령께서 오셔서 세상에 세 가지를 드러내실 것이라 하신다.(8-11절)
★우선 죄에 대하여는 그들이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9절)→주님을 거부하는 것이 곧 죄의 본질임을 드러내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가장 큰 죄는 불신이다.”(In Ioannem Homiliae LXXVIII, 요한 16,9 의역) ★의로움에 대하여는 예수님께서 아버지께로 가신다는 사실은 그분의 거룩함과 의로움이 드러났음을 의미한다. 세상은 예수님을 율법을 어기는 죄인이라 단죄했지만, 아버지께서 그분을 부활로 영광스럽게 하심으로써 참된 의로움이 세상에 드러났다. ★심판에 대하여는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11절)→ 사탄은 이미 십자가와 부활 안에서 패배했다. 성 이레네오는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한다. “주님께서는 용의 머리를 부수시고, 죽음을 죽음에게 넘기셨다.”(Adversus Haereses V,21, 히브 2,14 의역)
예수님은 성령을 Paraclitus, 즉 보호자·협조자라 부르셨다. 이 말에는 “위로자”, “대변자”, “협력자”의 의미가 모두 들어 있다. 성 바실리오는 이렇게 가르친다. “성령께서는 빛을 주시고, 힘을 북돋우시며, 길을 인도하시는 분이시다.”(De Spiritu Sancto XVI 의역) 따라서 성령은 단순히 우리의 신앙을 지켜주는 분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하느님 뜻 안에서 살도록 협조해 주시는 인도자이시다.
예수님의 승천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성령께서 오시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을 보지 못하면서도 믿고, 주님을 따르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예수님은 떠나셨지만,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셨다. 성령을 협조자로 보내 주셔서, 우리가 참된 기쁨과 빛 속에 살도록 하셨다. 오늘 하루도 우리 마음을 성령께 열어, 그분의 위로와 인도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성령은 협조자이시니, 위로자요 변호자요 신자들의 인도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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