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7,20-26: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유언과도 같은 기도를 듣는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21절). 이는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씀이며,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제자들과 모든 신자를 위하여 드리신 간절한 기도이다.
예수님께서는 단순히 인간들 사이의 평화적 일치를 바라신 것이 아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일치는 아버지와 아들, 성령 사이의 내적인 친교, 곧 삼위일체의 신비에 참여하는 일치이다. 성 치릴로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당신 안에서 하나로 묶으셨다. 그분이 성령을 주시어 우리가 서로 다른 몸이 아니라 한 몸으로, 당신 안에서 일치를 이루도록 하셨다.”(In Joannis Evangelium, XI, 요한 17,21-23 의역) 따라서 교회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조직적 통합이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내적인 친교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삶에 참여하는 신비이다.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22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말씀을 해설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하나가 되며, 그분의 사랑이 우리를 묶어 하나의 공동체로 세우신다. 사랑은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110, 1요한 4,8 의역) 즉, 교회의 일치는 제도적 강제력이 아니라, 사랑의 끈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이야말로 하느님과 교회를 동일하게 특징짓는 표지이다.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여 세상이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음을 알게 하십시오.”(23절) 교회의 일치는 단순히 내부적 화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증거, 곧 선교적 표징이다. 성 이레네오는 말한다. “교회는 세상 전역에 흩어져 있지만, 믿음은 하나요 전해진 전승도 하나이며, 이 신앙은 모든 이들에게 같은 목소리로 선포된다.”(Adversus Haereses, I,10,2 의역) 하느님과의 일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드러내며, 교회의 일치는 복음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표지가 된다.
교회 헌장은 교회의 일치에 대해 이렇게 가르친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마치 하나의 몸과 같이 결합되어 있으며, 그리스도의 영으로 하나 되어있다. 이 일치는 사랑 안에서 완성된다.”(7항 요약) 또한 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교회의 깊은 일치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일치에서 오며, 교회가 하나라는 것은 바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친교 안에 뿌리내린 것이다.”(813항 의역)
예수님의 기도는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와 성격과 상황 속에서도,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 일치 없는 신앙은 세상 앞에서 복음을 설득력 있게 증거할 수 없다. 교회의 분열은 세상에 상처를 주고, 교회의 일치는 세상에 희망을 준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를 우리 자신의 기도로 삼아야 한다. “주님,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소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이듯이, 우리도 하나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기도는 오늘도 우리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 각자가 성령 안에서 사랑의 끈으로 묶일 때, 교회는 참으로 하나가 되고, 그 일치는 세상에 하느님의 구원과 영광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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