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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4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5-24 조회수 : 37

복음: 요한 20,19-23: “성령을 받아라.” 
 
오늘은 부활 시기의 절정이자 완성인 성령 강림 대축일이다. 교회는 오순절 사건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수난·죽음·부활)가 성령 안에서 완전하게 열매 맺었음을 선포한다. 성령은 단순히 부활 사건의 부속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오늘 우리 안에 현존케 하시는 분이다. 
 
1. 성령, 새 계약의 율법
사도행전은 오순절 사건을 구약의 시나이 계약과 연결하여 묘사한다.(탈출 19,16-20) 모세 시대에 돌판에 새겨진 율법이 주어졌다면, 이제는 “살리는 영”(2코린 3,6)이신 성령께서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새겨지는 새로운 율법이 되셨다. 성 예레미야가 예언했던 것처럼,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주겠다.”(예레 31,33) 이제 이 약속은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완성된다.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성령은 교회의 영혼이시다. 성령께서 교회의 지체들에게 생명을 주시고, 교회를 하나로 모으시며, 교회의 사명과 은사들을 인도하신다.”(797항) 따라서 성령께서 그리스도인에게는 율법 이상의 기준, 곧 내적 인도자가 되어 선과 악을 분별하고 실행할 능력을 주신다. 
 
2. 성령, 하나 됨의 원리
오순절의 언어 기적은 인간의 분열을 극복하는 성령의 힘을 드러낸다. 창세기의 바벨탑 사건(창세 11,1-9)은 언어의 혼란으로 인류가 흩어진 비극을 보여 준다. 그러나 오순절에 성령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 민족을 초월하여 복음 안에서 하나로 모으신다. 
 
성 바실리오는 성령을 이렇게 묘사한다. “성령께서는 교회를 조화롭게 엮어 하나로 만들고, 흩어져 있는 이들을 모아 일치시키신다. 성령께서는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 되게 하시는 원리이시다.”(De Spiritu Sancto, 16,38)
바오로 사도도 코린토 신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1코린 12,4.12) 즉, 성령은 다양성 안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3. 성령, 죄 용서의 은사
요한 복음은 오순절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전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말씀하신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22-23절) 여기서 성령의 첫 열매는 곧 용서의 은사이다. 죄는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형제애를 파괴한다. 따라서 공동체가 살아남고 참된 교회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힘 안에서 끊임없는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 헌장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성령께서 교회를 거룩하게 하고 인도하시며, 그 안에서 은총과 봉사의 다양한 은사를 나누어 주시며, 사랑으로 교회를 인도하시어 놀라운 일치를 이룩하신다.”(4항) 
 
4. 성령, 삼위일체의 사랑
교회는 성령을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의 유대”라고 고백한다.(교리서 733항 참조) 성령은 인격적 ‘관계’이며, 바로 그 관계가 사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령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단순히 능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의 친교 안에 들어가는 은총을 받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랑은 곧 성령이시다. 그분은 삼위일체의 친교 자체이시다.”(De Trinitate, XV,17,27) 따라서 성령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5. 삶의 적용
성령은 우리 안에서 새로운 율법이 되어, 양심을 빛으로 비추고 선과 악을 분별할 힘을 주신다. 성령은 교회 안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일치를 이루는 사랑의 원리이다. 성령은 공동체의 죄를 용서하고 화해시키시는 힘이다. 성령은 삼위일체의 사랑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이시며, 우리 삶을 새롭게 창조하신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매일의 기도 안에서 “성령께 자기 자신을 맡기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성령께 내어 맡길 때 개인과 교회, 그리고 세상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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