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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5-27 조회수 : 36

복음: 마르 10,32-45: “내가 마시게 될 잔을 마실 수 있느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면서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미리 말씀하신다. 그분의 발걸음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전적인 순종이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십자가를 향한 길이었다. 성 치프리아노는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먼저 겪으신 것을 제자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주님이 걸으신 길을 따라 그분께서 먼저 지신 십자가를 우리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자들은 스승님의 고난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지만, 주님은 이미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시며 걸어가셨다. 우리는 신앙의 여정이 십자가와 부활을 동시에 바라보는 길임을 깨닫는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청한 것은 “영광의 자리”(37절)였다. 그들은 특별히 사랑받았지만, 여전히 세속적 권위와 지위를 추구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른 제자들 역시 그들을 시기하며 화를 냈다. 결국, 모두가 주님의 뜻보다 자기 욕망에 마음이 가 있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지적한다. “제자들의 잘못은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되 세속적 방식으로 사랑했다는 데 있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십자가의 잔을 마실 수 있겠느냐고 물으신다. 제자들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했다. 여기서 주님은 제자직을 영광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로 정의하신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가르친다. “잔은 고난이고, 세례는 죽음이다. 그러나 주님께서 먼저 고난을 겪으셨기에, 우리도 그분 안에서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의 신앙은 고난을 피하는 길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마시는 잔, 곧 사랑의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길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오해를 바로잡으시며 말씀하신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43절) 이는 하느님 나라의 역설적 질서이다. 세상은 권위를 힘과 지배에서 찾지만, 그리스도교적 권위는 섬김에서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늘 강조하듯이, “교회 안에서 진정한 권위는 발을 씻어주는 섬김의 행위”로 드러난다. 
 
나는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혹시 내 이익과 체면을 위해 주님을 이용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나는 권위를 주장하는가, 아니면 봉사를 통해 사랑을 드러내는가?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십자가의 잔을 회피하지 않고, 사랑 안에서 받아들이고 있는가? 오늘 복음은 제자의 길은 권력이나 지위가 아니라, 십자가와 섬김을 통한 사랑의 길임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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