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예수 성심을 공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성모 신심에 대한 공경은 17세기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요한 외드 성인의 노력으로 점점 보편화되어, 예수 성심 미사에서 기억하는 형태로 전례 안에서 거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오 12세 교황께서는 1942년 성모님의 파티마 발현 25주년을 맞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세상을 봉헌하시고 이 기념일을 온 교회가 지내게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8월 22일에 선택 기념일로 지내다가, 1996년 교황청 경신성사성 교령에 따라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 토요일’에 의무 기념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감사의 자세로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하고 경축한 다음, 바로 우리는 성모님의 마음으로 다가섭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성모님의 마음! 어제 묵상해 보았듯이, 우리 인간의 마음은 의식과 지성과 자유를 겸비한 인격의 원천임과 동시에, 우리가 결단을 내리는 곳, 우리 양심의 율법이 기록되는 곳, 나아가 하느님께서 신비롭게 작용하시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과 만나는 가장 탁월한 장소이며, 이 만남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 아들 예수님의 마음에서 그 완성을 봅니다. 이 마음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간절히 찾는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 가운데 우리에게는 누구보다도 성모님의 삶과 모습이 떠오릅니다. 처녀의 몸으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면서 각오해야 했던 고난의 과정들, 구유와 이집트 피난 사건, 오늘 복음에서처럼 사흘 동안이나 애를 태우시며 어린 예수님을 찾느라 기진맥진하셨던 일, 아드님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동안 들려온 온갖 악의적이며 허탈했던 소문들, 끝내 아드님의 죽음의 순간 십자가 아래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운명 등, 한 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을 시작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열어주십니다. 성모님은 고통과 몰이해의 시간 속에서도 언제나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셨던” 신앙인의 모범이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아드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의 첫 번째 수혜자요 전수자이셨으며, 이는 “티 없이 깨끗하신” 마음을 지니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깨끗한 마음만이 아드님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며 살아가면서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처럼 예수님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찾아 소유한 사람들, 그리하여 우리보다 더 무거운 짐에 눌려 고생하는 형제들에게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서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세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감사의 마음을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티 없이 깨끗한 마음,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다짐하고 다지는, 은혜로운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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