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8,1-4: 한센병 환자의 치유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께 찾아와 간청하는 한 한센병 환자가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2절) 이 짧은 기도 속에는 놀라운 믿음과 겸손이 담겨 있다. 그는 자기 뜻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직 예수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며, 치유의 주권이 그분께 있음을 고백한다. 이는 우리가 주님 앞에서 가져야 할 참된 기도의 자세를 보여 준다. 기도는 하느님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뜻에 나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선물을 강제로 주시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겸손히 청할 때,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드러내신다.”(Sermo 169 요약) 이 한센병 환자의 청원은 바로 이러한 겸손한 믿음의 모범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3절)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사회에서 부정한 자로 낙인찍혀 격리된 한센병 환자에게 예수님이 손을 내미셨다는 것이다. 당시 율법은 그와의 접촉을 금지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두려움 없이 다가가셨다. 이는 하느님께서 죄로 인해 멀어진 인간에게 친히 다가오신 사건, 곧 육화의 신비를 드러낸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는 인간이 하느님의 영광이며,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을 뵙는 것이다.”(Adversus Haereses IV,20,7) 예수님의 치유 행위는 바로 하느님이 인간과의 거리를 허무시고, 우리가 참된 생명에 이르도록 하시는 사랑의 계시이다.
예수님은 치유된 그에게 말씀하신다.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여라.”(4절) 치유는 단순히 개인적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 안으로 다시 받아들여지는 은총의 회복이다. 교회 역시 성사 안에서 죄인을 치유하고 공동체 안으로 다시 받아들인다. 고해성사가 바로 그러한 회복의 자리다. 교리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예수님은 죄를 용서하시면서 죄인들을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 안에 다시 받아들이셨다. 교회는 고해성사를 통해 이 사명을 계속한다.”(1443-1444항 참조)
오늘 복음의 한센병 환자는 단순히 육체적 병자의 모습만이 아니다. 그는 바로 죄로 인해 하느님과 이웃에게서 멀어진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처럼 겸손히 고백할 때, 주님은 언제나 손을 내밀어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죄가 크다고 절망하지 말라. 회개하는 순간, 죄보다 더 큰 하느님의 자비가 네 앞에 있다.”(Hom. in Matth. 25,2 요약)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 속에 숨어 있는 대신, 오늘 한센병 환자의 기도로 주님께 나아가야 한다. “주님,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2절) 그때 우리도 죄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하느님의 자녀다운 기쁨을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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