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 10,1-7: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선택하시고 파견하시는 장면을 보여 준다. 예수님께서 부르신 제자들의 면면을 보면, 한눈에 지도자급이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부, 세리, 심지어 사회적 지위나 학식에서 특별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의아한 선택이지만, 하느님의 지혜는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예수님은 현재의 모습이 아닌,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보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님께서는 그들의 무지와 연약함을 보시지 않고, 믿음과 순종으로 인해 그들이 하느님을 위해 크게 쓰일 것을 아셨다.” 즉, 하느님의 선택은 능력이나 지위가 아니라, 겸손과 순종, 은총에 대한 열린 마음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5-6절) 여기서 우리는 복음 전파의 우선순위를 보게 된다. 먼저 이스라엘, 즉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신 뒤, 복음이 준비된 민족에게 확장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주님은 제자들을 보내실 때, 그들이 갈 길과 대상자를 정확히 알게 하셨다. 이는 단순한 지도력이 아니라, 사목적 분별력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구원과 세상의 혼란을 구별하게 하기 위함이다.”(Homiliae in Matthaeum, 76 요약)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우리는 복음을 전할 때, 사람과 상황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하느님의 뜻과 계획안에서 선포해야 한다.
제자들에게 주신 명령은 명확하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7절) 복음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복음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생명과 구원의 능력이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함으로써, 제자들은 세상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도구가 된다.”(Adversus Haereses, III,24,1 요약) 즉,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는 삶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이다. 우리가 전하는 사랑과 자비, 정의와 진리의 증거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이나 부족함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겸손과 순종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상황을 잘 살피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과 때에 따라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신앙생활을 개인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삶, 즉 주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선택받은 제자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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