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 15,21-28: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오늘 복음은 이방 여인의 믿음을 통해 참된 기도의 자세와 구원의 보편성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가나안 여인은 애원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처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한다. “주님의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그녀의 믿음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려는 의도였다. 마치 스승이 제자의 갈망을 시험하듯이.”(Homilia in Matthaeum 52 재해석) 우리 삶에도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외면이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우리를 이끄는 시간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26절)라고 하신다. 당시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드러내는 강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여인은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응답한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말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녀는 겸손 안에서 승리하였다. 교만은 하늘에서 천사를 끌어 내렸으나, 겸손은 이방 여인을 은총의 자녀로 들어 올렸다.”(Sermo 요약) 겸손은 은총을 끌어들이는 열쇠이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스스로 낮아질 때, 그분은 우리를 높여 주신다.(루카 14,11 참조)
예수님은 마침내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28절)라고 말씀하시며 그 딸을 치유해 주신다. 이는 구원이 유다인만이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열려 있음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성 바오로 6세는 이렇게 가르쳤다. “교회는 민족, 인종, 문화의 장벽을 넘어 모든 이에게 열린 보편적 성사이다.”(교회 13항 요약) 오늘 복음은 교회가 모든 이들에게 열린 집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가나안 여인의 믿음은 우리에게 중요한 몇 가지 메시지를 준다. ★끈질긴 기도의 모범이다. 응답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께 매달리는 기도의 자세를 말한다. ★타인을 위한 중재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딸을 위해 기도했다. 우리 역시 가족, 사회,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중재해야 한다. ★겸손의 길이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권리가 아니라, 은총을 구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믿음은 하느님께 매달리는 끈질긴 용기이며, 은총은 겸손한 이들의 마음을 통해 흐른다.”
가나안 여인의 믿음은 우리에게 침묵 중에도 포기하지 않는 기도, 겸손한 마음, 그리고 구원의 보편성을 가르쳐 준다. 우리도 매 미사 때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이 고백 안에 가나안 여인의 겸손과 백인 대장의 믿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이 겸손한 믿음을 지닐 때,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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