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복음: 마태 17,1-9: 예수님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났다.
1. 축일의 의미
오늘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기념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예수님의 외모가 빛으로 변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분께서 십자가의 수난을 통해 들어가실 영광을 미리 드러내신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 축일을 통해 우리에게도 약속된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게 하고, 동시에 그 길이 십자가를 거쳐야 함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40일 뒤인 9월 14일에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 이어지는 것이다.
2. 복음의 장면 묵상
예수님의 얼굴이 해처럼 빛나고 옷이 빛처럼 하얘진 것은, 그분이 세상의 빛이시며(요한 1,9), 교회가 그 빛을 드러내야 함을 상징한다. 모세와 엘리야는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며, 구약의 구원 역사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됨을 드러낸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변모 사건을 이렇게 해석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해, 예언은 엘리야를 통해, 그러나 진리의 빛은 주 예수님 안에서 드러난다.”(Sermo 78,3 의역)
제자들은 영광을 보고 싶어 했지만, 예수님께서 가야 할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다. 베드로의 초막 제안은 영광만 보고 머무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5절)라고 하시며, 오직 아들을 따르는 길만이 참된 초막임을 알려주신다.
3. 십자가와 부활
제자들이 두려움에 땅에 엎드렸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일으키며 “두려워하지 마라.”(7절)라고 하셨다. 변모 사건은 단순한 신현(神顯)이 아니라, 십자가의 어둠과 부활의 빛을 함께 드러낸 사건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께서 변모하신 것은 새로운 것을 입으신 것이 아니라, 이미 그분이심을 드러내신 것이다. 곧, 육신 속에 감추어진 하느님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신 것이다.”(Homilia in Matthaeum 56,2 의역) 따라서, 변모는 예수님의 신적 정체성을 계시하는 동시에, 제자들에게 장차 올 수난을 이겨낼 힘을 주는 사건이었다.
4. 공의회의 가르침
전례 헌장은 이렇게 가르친다. “주님께서는 산 위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어, 율법과 예언자들의 증언을 받으시고, 제자들에게 당신 수난의 스캔들을 이겨낼 힘을 주셨다.”(102항 의역) 즉, 변모는 단순히 예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다가올 십자가 사건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키는 사건이었다.
5. 우리의 신앙생활에 주는 교훈
그리스도의 영광은 십자가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우리 삶의 십자가도 부활의 빛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버지의 음성은 “그의 말을 들어라.”이다. 단순한 청취가 아니라, 삶에서 실천하라는 초대이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은 얼굴로 주님의 영광을 거울로 보듯 어렴풋이 바라보면서,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2코린 3,18)라고 말한다. 우리도 기도와 말씀, 십자가의 순종을 통해 점점 주님을 닮아가야 할 것이다.
6. 결론
변모 산에서 제자들은 모세와 엘리야, 빛나는 구름, 아버지의 음성을 체험했지만, 마지막에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8절)라고 말한다. 이는 모든 길이 결국 예수님 안에서 완성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여정이 될 때, 우리 안에서도 주님의 변모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