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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8-16 조회수 : 46

[연중 제20주일] 
 
복음: 마태 15,21-28: 가나안 여인의 믿음 
 
1. 믿음의 보편성과 하느님의 자비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에서 가나안 여인을 만나시는 장면을 전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적의 이야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구원이 이스라엘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인류에게 열리는 순간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미 이렇게 선포했다. “주님의 종이 되려고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나는 그들을 나의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고 나에게 기도하는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리라.”(이사 56,6-7) 
 
하느님의 구원은 어떤 민족이나 율법, 혹은 인간의 혈통에 제한되지 않는다. 교회 헌장은 이렇게 가르친다. “하느님께서는 구원을 위하여 모든 사람을 부르신다. 하느님께 순종하며 진심으로 선을 찾는 사람에게는 구원의 은총이 결코 거절되지 않는다.”(16항) 가나안 여인은 바로 이 진리를 자기 삶으로 증언한 첫 이방인 신앙인이었다. 그녀의 부르짖음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22절) 이것은 단순한 도움 요청이 아니라, 메시아에 대한 신앙고백이었다. 
 
2. 침묵 속의 하느님: 믿음의 시험 
 
예수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23절) 그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믿음을 자라나게 하는 하느님의 방식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한다. “그분의 침묵은 여인의 믿음을 꺾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Sermo 77,2 의역) 하느님께서는 때때로 우리에게 침묵하신다. 그러나 그 침묵은 부재의 침묵이 아니라, 더 깊은 신뢰로 우리를 부르시는 침묵이다. 가나안 여인은 이 침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25절) 하고 부르짖는다. 그 믿음은 이스라엘의 경계를 넘어선 복음의 보편성을 상징한다. 
 
3. “자녀들의 빵”과 “부스러기”: 겸손한 믿음의 힘 
 
예수님의 말씀이 매우 도전적으로 들린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26절) 여인은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믿음의 지혜로 응답한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절)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주님을 논박하지 않고, 다만 겸손으로 이겼다. 그녀의 승리는 말의 논리가 아니라, 믿음의 겸손에 있었다.”(Homilia in Matthaeum 52,3 의역) 이 짧은 대화 속에서 ‘하늘 나라의 질서’가 뒤바뀐다. 이스라엘의 경계 안에 있던 구원이 겸손과 신앙의 태도를 통해 이방인에게로 흘러간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길은 혈통이나 지식이 아니라, 오직 믿음과 겸손이다. 
 
4.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다.”: 복음의 새로운 전환점 
 
예수님께서는 마침내 선언하신다.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28절) 이 말씀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복음의 지평을 새롭게 여는 선언이다. 이방인 여인의 믿음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구원이 유다인에게서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로 확장됨을 보여 주신다. 바오로 사도는 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로마 11,32)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구원의 은총을 차별 없이 주시되, 그 은총에 응답하는 믿음의 자유를 인간에게 맡기셨다는 뜻이다. 
 
5. 오늘을 사는 믿음의 길 
 
가나안 여인은 하느님의 침묵을 통과한 사람, 그리고 믿음으로 하느님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우리도 그처럼, 하느님의 응답이 더딜 때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자격이나 혈통이 아니라, 겸손한 신뢰로 주님 앞에 서며, 타인을 향한 배타적 신앙이 아니라, 자비로 열린 신앙을 살아가야 한다. 일치 교령은 이렇게 가르친다. “성령께서는 모든 사람 안에서 은총으로 일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을 진실히 찾고 그분의 뜻을 따르도록 감동하신다.”(3항 요약) 가나안 여인은 바로 이 성령의 감동에 응답한 사람이다. 그녀의 믿음은 단순히 자기 딸을 낳게 한 믿음이 아니라, 교회의 보편성과 선교의 원리를 미리 드러낸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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