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복음: 요한 1,45-51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잠시 쉬어갑시다!
무화과나무를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자라봐야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강렬한 여름 햇빛을 듬뿍 받으면서 무화과 열매가 점점 굵어지고, 초록빛이던 색깔에서 조금씩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열매가 익어가면서 살짝 속살을 드러냅니다.
그 정도 되면 신속하게 수확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까치를 비롯한 동네 새들이 달려들어
인정사정없이 쪼아먹기에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까치에게 빼앗기느니 내가 먹는다며, 탐스럽게 익은 무화과 열매를 몰래 몰래 따먹다가, 혼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화과 열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음식 중에 하나였습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 7대 농작물이라고 하면 밀, 보리, 포도, 대추야자, 석류, 올리브, 그리고 무화과입니다.
따라서 무화과는 신구약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바르톨로메오 사도께서 부르심을 받는 과정에서 예수님으로부터 극찬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저처럼 무화과나무 아래서 몰래 열매를 따 먹어 칭찬받은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서 있다는 표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무화과나무와는 사이즈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나무로 여겨집니다.
자캐오 역시 예수님을 뵈려고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갔지 않습니까?
요르단강 주변 물가에 심어진 무화과나무는 무럭무럭 성장해 키가 4 미터에서 크게는 12 미터까지 성장해 큰 그늘을 드리웁니다
바르톨로메오는 무화과나무 아래 서 있다가 예수님의 눈에 띄어 사도로 발탁되는데, 그가 대체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유다인들은 회당 안에서도 기도했지만, 꼭 장소를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높은 곳은 하느님과 가까운 거룩한 장소로 여겨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가 기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틈만 나면 한적한 동산으로 들어가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아무도 없는 광야나 드넓은 대초원을 바라보며 기도하셨습니다.
한적한 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닐면서 기도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친근함과 호감을 주는 무화과나무 아래도 아주 좋은 기도 장소였습니다.
바르톨로메오 역시 무화과나무 아래를 즐겨 찾았습니다.
나무 그늘에 서서 깊은 묵상에 잠기던 그가 어느 날 예수님의 레이더에 포착이 된 것입니다.
요즘 스케줄이 너무 과하다 보니 무화과나무는 아닐지라도, 참나무나 소나무 아래에서라도 잠시 앉아 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영적 생활이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일 중심주의, 결과 중심주의에 깊이 빠져 들어갑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금쪽같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가끔 잠시 멈추어 바르톨로메오 사도처럼 주님 안에서의 편안한 쉼, 말씀 안에서의 거룩한 묵상, 침묵 가운데 여유로운 휴식을 즐겨야 하겠습니다.
오늘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을 지내며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주님 대전에 나아갔을 때, 그분께서 그러실 수도 있겠다는 걱정 말입니다.
‘나는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무화과나무 서 있는 걸 보지 못했다. 인생에 있어 대체 뭐가 제일 중한 것인가?
대체 네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네 인생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과 기도 사이의 균형, 말과 행동 사이의 조화, 사명과 친교 사이의 균형, 나아감과 멈춤 사이의 조화가 회복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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