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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09 조회수 : 37

복음: 루카 6,20-26: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참 행복 선언의 말씀이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20절). 세상은 부와 성공, 힘과 명예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와 정반대로 가난과 굶주림, 눈물과 박해 안에서 참된 행복을 발견하라고 초대하신다. 이 역설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음을 선포하는 복음의 신비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마음, 곧 영적인 가난을 뜻한다.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고, 세상 권세와 재물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다. 반대로 예수님께서는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24절)이라고 경고하신다. 이는 재물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씀이 아니라, 재물이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할 때 영혼이 피폐해진다는 경고이다. 풍요 속에 살지만, 하느님을 잃어버린 삶은 결국 슬픔과 공허로 끝나게 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참 행복을 해설하면서, “가난한 마음이야말로 모든 덕의 기초이며, 교만을 무너뜨리고 하느님께 길을 여는 시작이다.”(De sermone Domini in monte 참조)라고 가르쳤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가난한 사람은 하느님을 필요로 하기에, 하느님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교리서는 이렇게 정리한다. “주님은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라고 선언하시며, 이 세상에서 이미 그들이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음을 보여 주신다.”(2547항 참조) 사목 헌장은 “교회가 세상 안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고통과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한다.”(1항)라고 강조한다. 즉, 가난은 단순히 결핍이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비워 드리는 적극적인 태도다. 

 

오늘 복음은 우리 신앙인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첫 자리에 두고 살고 있는가? 하느님인가, 아니면 재물과 세상의 성공인가? 나는 하느님 앞에서 가난한 마음, 곧 의탁과 겸손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 나는 다른 이의 고통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안락함 속에 갇혀 무관심하게 살고 있는가?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참 행복은 단순한 위로의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라는 초대이다. 세상이 주는 행복은 일시적이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은 영원하다. 그러므로 우리도 주님 앞에서 마음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으로 그분을 모시며, 이웃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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