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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10 조회수 : 36

복음: 루카 6,27-38: 원수를 사랑하여라. 

 

오늘 복음은 우리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자 가장 도전적인 계명인 “원수를 사랑하여라.”(27절)라는 말씀을 들려준다.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말씀을 예수님은 당신의 삶과 십자가 위의 용서를 통해 친히 실천하셨다.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주님께서는 단순히 윤리적 요구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닮은 삶으로의 초대임을 밝히신다. 

 

예수님은 네 가지 행동을 통해 원수 사랑의 길을 제시하신다.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어라.”(27절) 미움에 대해 선행으로 응답하라는 것이다.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여라.”(28절) 말의 폭력을 사랑의 언어로 바꾸라는 것이다.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28절) 보복 대신 하느님께 그를 맡기라는 것이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어라.”(29절) 정의를 넘어서는 자비의 절정을 가르치신다. 이 말씀은 십자가의 삶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며, 부활하신 주님의 제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길을 가리킨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용서와 자비는 기도를 하늘로 올려보내는 두 날개와 같다.”라고 하였다. 즉, 용서 없는 기도는 하늘에 오를 수 없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천사를 닮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닮는 것이다. 이는 인간적 사랑을 초월하여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삶을 드러낸다.” 성 스테파노의 순교는 그 모범을 보여 준다. 그는 돌에 맞아 죽으면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소서.”(사도 7,60)라고 기도하였다. 이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용서를 온전히 닮은 행위다. 교리서는 “원수 사랑은 십자가의 은총에서 흘러나오는 것”(2844항 참조)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별 짓는 탁월한 표지라고 한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 각자는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미움과 원망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예수님처럼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할 수 있는가? 나는 받은 것을 갚아주려는 마음보다는, 주님의 자비를 닮아 주는 삶을 살고 있는가?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심판하지 말고, 단죄하지 말고, 용서하고, 나누라고 초대한다.(37-38절) 이 네 가지는 원수를 사랑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길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는 가능하다. 원수를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도 주님께 청하자. “주님, 제 마음에서 미움과 원망을 없애주시고,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럴 때 우리는 세상에서 주님 사랑의 증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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