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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4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14 조회수 : 37

복음: 요한 3,13-17: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 십자가의 발견과 교회의 전승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교회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다. 전승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예루살렘에서 발견하였고, 황제는 이를 기념하여 335년경 성 무덤 성당을 봉헌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교회는 십자가를 경배하며, 십자가 안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사랑을 전례 안에 깊이 새겨 넣게 되었다. 

 

2. 구리 뱀과 십자가의 예표

오늘 제1독서(민수 21,4-9)에서 하느님께 반항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불 뱀으로 벌을 받고, 회개 후 구리 뱀을 쳐다봄으로써 치유 받는 장면은 십자가의 예표이다. 구리 뱀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 백성들의 시선을 다시 하느님께로 돌리게 하는 표징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우상이 되었기에 히즈키야 왕 때 파괴되었다.(2열왕 18,4) 이처럼 표징은 언제나 하느님께 이끄는 통로일 때 의미가 있으며, 십자가도 단순한 고통의 도구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 될 때 구원이 된다. 

 

요한 복음에서 “들려지다.”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십자가에 달려 높이 들리심(수난)으로, 그리고 부활과 승천으로 하늘에 올려지심(영광)이다. 성 에프렘은 이렇게 노래한다. “십자가는 하늘에 이르는 사다리가 되었다.”(Hymni de Cruce 4 의역) 십자가는 수치와 고통의 도구가 아니라, 영광과 승리로 나아가는 길이다. 

 

3. 교부들의 가르침

교부들은 십자가를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승리의 도구로 해석했다. 성 이레네오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로 죽음을 죽이고, 생명을 드러내셨다.”(Adversus Haereses V,17,4 의역)라고 말한다. 십자가는 패배의 표지가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다. 성 안드레아 크레타노도 이렇게 설교했다. “십자가는 온 세상의 화해이며, 죄인들의 회개이고, 그리스도인의 영광이다.”(십자가 축일 강론 의역) 성 요한 다마스코는 “우리는 십자가를 경배한다. 그것은 나무 자체 때문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위하여 흘린 그리스도의 피 때문”(De Fide Orthodoxa IV,11 의역)이라고 가르쳤다. 이처럼 교부들의 가르침 안에서 십자가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신자들의 삶 안에 계속해서 드러나는 구원의 능력이다. 

 

4. 교회의 가르침

교회 헌장은 교회를 “십자가의 신비 안에서 태어난 공동체”(8항 의역)라고 표현한다. 또한, 교리서는 십자가를 이렇게 해석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분의 부활과 더불어 우리의 의화와 성화를 이룩한 원천이다.”(1992항 의역)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유일한 희생이며, 그분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이시다.”(618항 의역) 따라서 십자가는 단지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신자들이 날마다 자기 삶 속에서 지고 따라야 하는 실천적 신앙의 길이다. 

 

5. 신앙에 적용

우리의 일상에서 십자가는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이자, 하느님 사랑의 흔적이다. 예수님께서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라고 하신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마주한 고통과 한계를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하느님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함으로써 구리 뱀을 바라보고 살았듯이, 우리도 회개와 믿음을 통해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한다. 십자가 안에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새겨져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요한 3,16). 우리가 이 사랑을 받아들이면 구원에 이르지만, 거부한다면 사랑 자체를 거부하는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6. 결론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우리 구원의 중심을 이루는 십자가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날이다. 십자가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사랑의 절정이며, 패배가 아니라 승리이다. 우리가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를 때, 십자가는 우리를 부활의 새 생명으로 이끄는 사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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