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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3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23 조회수 : 39

복음: 루카 9,1-6: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의 자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그들에게 당신의 권능과 권위를 나누어 주신다. 이는 단순한 임무 위임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명에 참여하게 하시는 은총이다. 그분은 병자를 고치고 악령을 쫓아낼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무엇보다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복음의 임무를 맡기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지지 마라.”(3절)라고 하신다. 이는 단순한 가난의 이상을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복음 선포에서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라는 말씀이다. 물질적 소유에 대한 의존은 하느님의 말씀을 흐리게 만들고, 마음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교부들은 이 구절을 깊이 묵상하며 제자의 삶의 본질을 해석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신 것은, 복음 선포가 재물이나 힘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가난은 곧 복음의 순수성을 증명한다.”(Hom. in Matth. 32,3 요약) 성 예로니모는 사도들이 여행 보따리나 여벌 옷을 갖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복음을 전하는 자는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Comment. in Matth. 10,9 요약)라고 하였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나아가, 제자들의 가난이 단순한 무소유가 아니라, 사랑의 풍요로움이라고 가르친다. “가난하게 보낸 그들은 실상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하느님을 소유했기 때문이다.”(Sermon 101,2 요약) 

 

교회도 복음 선포 사명의 근본정신을 이와 같이 해석한다. “사제 교령”은 이렇게 가르친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삶을 닮아야 하며, 세속적 재물이나 명예가 아니라 오직 복음과 신자들의 구원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17항 요약) 교리서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복음을 전하면서 주님께서 지시하신 가난과 단순함을 따라야 한다. 이는 하느님 나라의 능력이 인간적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서 비롯됨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복음은 사람을 매혹하는 웅변이나 많은 물질적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음은 순수한 증거와 삶의 일치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각자를 당신의 제자로 파견하신다. 우리가 가진 것이 없어도,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역사하실 수 있다. 우리의 빈손은 하느님의 은총을 담는 그릇이 되며, 우리의 가난은 복음의 능력을 드러내는 표징이 된다.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물질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과 그분의 성령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이사 52,7)이라는 예언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이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걸음이 되기를 기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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