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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9-26 조회수 : 14

복음: 루카 9,44-45: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시며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44절)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히 묻지도 못한다. 이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인간의 계산과 기대를 뛰어넘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이미 변모의 영광, 기적, 권능을 체험했지만, 그 영광이 십자가를 통해서만 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준비시키기 위하여 때를 늦추신 것이다.”(Sermo 85,1 재구성)라고 설명한다. 

 

오리게네스는 “그리스도의 수난은 인간적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오직 성령의 빛 안에서만 깨달아지는 신비”(In Lucam homiliae 재구성)라고 강조한다. 우리 역시 복음을 알지만, 여전히 십자가 없는 영광만을 바라는 유혹 속에 살고 있다. 

 

예수님의 길은 세상의 길과 정반대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십자가는 패배가 아니라 승리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다.”(Homiliae in Matthaeum 65 의역)라고 말한다. 교리서에서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류를 위한 유일하고 완전한 희생 제물이며, 그 안에서 제자들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도록 부름을 받는다.”(618항)라고 가르친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도 없고, 자기 포기 없이는 참된 제자직도 없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우리도 자주 복음을 자기 방식대로 왜곡한다. 때로는 예수님을 내 문제의 해결사나 현세적 성공의 도구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은 그분을 “팔아넘기는” 또 다른 방식일 수 있다. 

 

성 그레고리오는 “성경의 말씀은 읽을 때만이 아니라, 살아낼 때 깨닫는다.”(Homiliae in Evangelia 17,1 요약)라고 말한다. 즉, 먼저 말씀을 귀담아듣고 실천할 때만 그분이 누구신지를 알게 되고, 참된 증거자가 될 수 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십자가를 거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우리가 먼저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그 안에서 부활의 희망을 체험할 때,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도 참된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다. 

 

“주님, 저의 귀를 열어 주시어, 당신의 말씀을 귀담아 듣게 하시고, 십자가의 신비를 삶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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