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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1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10-31 조회수 : 55

복음: 루카 14,1.7-11: 스스로 높이는 자는 낮아진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잔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보시고 말씀하신다. “윗자리에 앉지 마라.”(8절) 이는 단순한 예절의 교훈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질서에 대한 가르침이다. 하느님 앞에서는 인간의 명예나 지위가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겸손과 진실한 마음이다.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8절) 참된 겸손한 이는 자신이 모든 것을 받는 사람임을 안다. 그는 자리를 차지하기보다 양보하며,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겸손의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하늘의 높은 곳에 이를 수 없다. 겸손은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의 첫째 단이다.”(Sermo 69,2 의역) 이 말씀은 복음의 사다리 비유를 깊이 있게 해석해 준다. 인간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겸손이라는 은총의 디딤돌을 밟고 하느님께 나아간다. 야곱의 사다리 또한 바로 이 은총의 상징이다. 그 사다리는 인간의 영과 육이라는 두 기둥 위에, 겸손과 자기 수양이라는 가로대가 놓여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밟고 조금씩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간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교만은 하늘에서 천사를 떨어뜨렸고, 겸손은 땅에서 인간을 들어 올렸다.”(Hom. de humilitate 의역) 교만은 하느님을 밀어내고 자신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으려 하지만, 겸손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하느님을 모신다. 하느님은 겸손한 자 안에 거하시며, 그들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주신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세리의 기도는 그 전형이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13) 그 겸손이 그를 ‘의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교리서도 “겸손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인간이 자기의 자리를 인식하게 하는 덕이다. 겸손은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피조물임을 깨닫고, 모든 선이 하느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2559, 2628, 301항 참조)라고 말한다.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주님이 자신 안에서 드러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1절)라고 하신다. 겸손은 단순한 인격의 덕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는 길이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6-8) 이것이 바로 겸손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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