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
“봉헌-세상의 빛”
예수님의 온 생애는 봉헌의 삶이었습니다. 율법에 따라 성전에서 봉헌되심은 율법을 완성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며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삶을 시작하신다는 뜻입니다. 순명하여 자신을 내어놓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마음대로 하시도록 자신을 포기하는 동시에 하느님께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들어오실 수 있도록 자신을 온전히 열어놓는 것이며 오신 분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로써 하느님의 완전하고 크신 사랑과 자비의 능력의 손길 위에 머무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라지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드러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말과 행위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봉헌되신 예수님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이십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의 신앙생활이나 교회 생활을 보면 그런 봉헌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점점 더 참된 봉헌생활을 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을 더 찾습니다. 순명하기 보다는 이유가 더 먼저 앞섭니다. 열어놓기 보다는 닫는 데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희생보다는 유익함을 더 많이 찾습니다. 하느님의 기적과 능력을 바라면서 자신의 논리와 이해를 더 믿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한 업적을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신의 영광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없어질 정도로 하느님과 교회에 삶을 봉헌한 사람은 사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다 받았다는 것을. 그 사람은 참 기쁨과 행복, 참 존경과 영예, 참 생명과 희망을 얻었기에 모자람 없이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아갔습니다. 한 사제와 한 수도자와 한 평신도의 완전한 봉헌이 이 세상에 사람이 무엇이며, 신앙이 무엇이며, 사랑이 무엇이며, 참으로 보배로운 인생이 무엇인지를 가슴 뭉클하게 전하였던 사실을! 정치인이나 재벌가들도 할 수 없었던 수 백 수 천만 명을 무지와 힘겨움의 어둠에서 빛을 보게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봉헌생활로 그 빛을 고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합시다. 지금 이 모습 이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되어 빛이 되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내 자신임을 잊지 맙시다. 빛은 언제나 어둠에서 더 빛났고, 사랑은 언제나 미움이 있는 곳에서 더 큰 능력을 발휘했으며, 자비는 죄의 악순환이 깊은 곳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음을 기억하며 빛이 되도록 불러주신 주님의 부르심에 오늘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온전히 순명과 헌신으로 응답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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