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일
“빛과 소금이 되어”
요즘 우리들의 사는 모습은 참 고되게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그럴싸한 명분과 이유로 아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묻고 답하는 않습니다. 이래저래 현실의 분주함과 급박한 상황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지금 내가 살아가면서 정신과 마음에 두어야할 ‘분명한 목적과 지향’이 없는 분주한 노력들로는 큰 열매, 자기완성과 진보를 기대할 수 없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반복되는 삶에서 그 힘겨움과 무의미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대로 “사람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존재이냐에 있습니다. 더 큰 정의와 더 넓은 형제애와 더욱 인간다운 사회관계 질서를 확립하려는 인간의 행동이 기술의 발전보다 훨씬 값진 것입니다.(사목 헌장 35항)”
기술의 발전이나 소유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에 앞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느냐가 자신의 가치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가 소유 자체에 있지 않고 존재에 있게 될 때 그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 사람은 그 어떤 처지에서도 자신과 형제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 참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형제에게 용서와 자선을 베풀며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존재에 둘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목적과 지향을 예수님께 두면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1-13)”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예수님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하신 빛 자체이신 분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요 진리요 생명(14,6)”이신 분이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6,35)”하신 분이십니다.
우리 삶과 존재의 방향이 예수님께 정향될 때 우리는 그분을 닮게 되고 그분을 모시게 됩니다. 빛이시고 길, 진리, 생명이시며 생명의 빵이신 분을 끊임없이 배우고 따르고 본받고 영접하게 될 때 우리도 형제들에게 빛이 되고 길, 진리, 생명, 일용할 빵이 될 수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등불을 켜서 등경 위에 놓는다.” 첫째 ‘제 맛’이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살라는 것, 곧 존재를 알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등불과 등경’은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참되고 보배로운 사람이 되는지를 알라는 것입니다.
최근 고(故) 이태석 요한 신부님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말씀과 삶이 한국 사회에서 교육, 사랑, 행복, 정의 등에서 큰 지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업적이나 소유로 세상에 드러나거나 그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지금 누구이며 자신들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아셨고 그것을 삶으로 충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수단 톤즈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사람 사는 참맛과 사람이 가야할 참된 길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그들은 하느님이 자신들에게 주신 삶에서 자신들의 빛과 맛을 살아감으로써 사람의 참 가치와 행복이 정녕 하느님께 있음을, 그를 알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준 행복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우리도 그 맛과 그 빛을 보여주어야 할 사람들임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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