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사순 제4주일 (요한 3,14-21; 1역대 36,14-16.19-23; 에페 2,4-10)
찬미 예수님!
우리가 선행을 하고 단식을 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때에 따라서는 ‘예’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염두에 두고서는 ‘예’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확히 말해서 구원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에 달린 문제이지 우리가 무엇을 했다고 해서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구원을 받기 위해서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선행을 하고 단식을 한다기보다는, 그러니까 마치 구원이 우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 보다 먼저 움직이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그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감동을 받아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서고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을 맞아들이고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을 알아듣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좀 있더라구요.
언젠가 어떤 신부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미사를 봉헌하러 갔는데, 그 미사시간에 마침 주교님 한 분이 오셔서 강론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주교님의 강론말씀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씀을 들으면서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아니, 저렇게 말씀하시면 누가 이 세상 삶을 잘 살아가려고 하겠는가? 하느님의 자비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구원을 받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것도 좀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당연하고 정확한 주교님의 강론 말씀에 뭔가 받아들이기 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된 것이지요.
제가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정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원을 하느님의 자비로 무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우리의 작은 기도, 선행, 단식, 이런 참회의 흔적을 섞어놓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고, 교만을 키울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다 깊이 받아들이고, 이것을 맞갖은 삶으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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