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연중 제32주일
(마르 12,38-44; 1열왕 17,10-16; 히브 9,24-28)
찬미 예수님!
주변의 나무들이 점점 더 아름다워집니다.
노랗고 빨갛고 아주 예쁜 빛깔을 뽑냅니다.
다음 날이면 더 예뻐지고 또 다음 날이면 더 예뻐지는 모습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다 뿜어내는 모습이 꼭 우리에게 ‘다 내놓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가난한 과부에 앞서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을 때는 가만히 계시더니, 가난한 과부가 얼마 안 되는 돈인 렙톤 두 닢을 넣자 감동을 하신 거지요.
그러면서 감동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나네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어린 조카가 글씨를 배워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카드를 쓴 것을 누나가 들고 나와서 자랑을 하더라구요.
제가 보니 거기엔 삐뚤삐뚤 서툴고 큼지막한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자가 써 있었는데, 저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누나는 그걸 보물인 것처럼 보관해 놓았다가 보여 주더라구요.
또 지금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어머니께서도 제가 초등학교 때 쓴 일기장을 보관하고 계신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눈에는 그런 게 소중하게 보이는가 봅니다.
오늘 예수님의 눈이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렙톤 두 닢을 넣는 과부를 보시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꼭 저의 누나가 조카의 카드를 자랑했을 때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쩌면 예수님의 이런 시선, 이런 마음을 많이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얼마를 냈느냐 보다는 그것을 봉헌하는 이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살려고 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들은 모두 다 우리에게 ‘다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난생 처음 보는 사렙타 마을에 사는 과부에게 그녀가 가진 마지막 양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자기 입에 풀칠도 못하면서, 당신의 말을 따르면 음식 재료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데, 이 과부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그렇게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복을 받지요.
우리도 하느님의 복을 받고 싶다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양식일지라도 나누어야 합니다.
복을 받으려면 믿고 모험을 실제로 해야 하는 거지요.
적당히는 없는 겁니다.
믿든가 믿지 않든가, 믿음을 살든가 불신을 살든가 하는 거지요.
안전을 위해 적당한 선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 안전하지 않은 거지요.
왜냐하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시는 분은 먼저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드리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복음 환호송의 말씀을 다시 들어볼까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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