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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수요일: 씨앗이 어떻게 저절로 자라나?

작성자 : 최규화 작성일 : 2016-02-03 조회수 : 262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수요일

(마르 6,1-6; 2사무 24,2.9-17)

찬미 예수님!

저는 지난 주일에 친구 신부의 초대로 춘천교구에 있는 성산 본당이라는 곳엘 다녀왔습니다.

성소 후원회 결성 1주년이라고 후원회원들 피정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가서 함께 미사도 하고 강의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후원회원들 연세가 좀 많으시더라구요.

점심식사를 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성당 안에서 연세 많으신 분들은 졸기 시작하셨습니다.

쉬는 시간에 제가 친구에게 ‘야, 다 조시는데 큰일이다.’ 했더니, 친구가 ‘지난 주에도 내가 전례교육을 했는데, 다 졸으셨어. 그냥 하면 돼. 졸으셔도 귀는 열려 있을 거야.’ 하고 말하더라구요.

그래도 걱정스런 마음으로 두 번째 시간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찬바람을 쏘이고 오셔서 그런지 이젠 깨어 계시더라구요.

두 번째 시간에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의 비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씨앗이 저절로 자라나니까 일꾼은 씨앗을 뿌리고 밤에 가서 자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중간쯤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씨앗이 어떻게 저절로 자라나? 우리가 일을 해야지 자라지.’

어르신들은 귀가 어두우니까 소리도 크시잖아요.

다들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저는 씨앗을 뿌리는 것은 우리가 하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니까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기다리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는데, 일생 농사를 지으셨던 할머니 입장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나서도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았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이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정말 이해가 안 되셨던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다윗 임금이 인구 조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조사를 하는 것이 요즘 우리가 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다윗 임금에게 인구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데 ‘칼을 쓸 수 있는 장정의 수가 얼마인가’ 하는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윗 임금이 한 인구조사가 전쟁 때 싸울 수 있는 사람, 군사력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조사를 하는 다윗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힘에 의지하는 모습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하느님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지요.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에 가셔서 가르치시고, 아마도 사람들도 고쳐주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고향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라는 범주에서만 하느님을 믿고 받아들인다면,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이 아닌 다른 모습의 신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을 믿는다면 먼저 우리의 마음을 열고 당신께 의탁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고 우리가 당신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움직이실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아는 것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주님께서 주시는 것은 무엇이나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 의탁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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