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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3일 사순 제5주일: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작성자 : 최규화 작성일 : 2016-03-13 조회수 : 291

3월 13일 사순 제5주일

(요한 8,1-11; 이사 43,16-21; 필리 3,8-14)

찬미 예수님!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짐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그래서 지나가는 마차를 얻어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냥 마차를 타고 가기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자기 짐을 마차에 내려놓지 않고 그냥 메고서 마차를 타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짐을 지고서 마차를 타고 가면 뭐 마차를 끄는 말이 조금 덜 힘이 드나요?

그렇지 않지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거지요?

짐을 내려놓고 마차를 편히 타고 가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지요.

어쩌면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고 싶어 하시는 말씀이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짐스러워하는 것, 그것을 내려놓고 우리는 당신께서 주시는 새로운 길을 가라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의 끝에서 예수님께서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그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제가 보기에 예수님은 이 여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보다는 이 여인의 앞날에 더 관심이 있는 분처럼 보입니다.

고해성사를 보면서도, 하면서도 그것을 많이 느낍니다.

여러분은 고해성사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공식적으로 교육을 할 때는 이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성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 안에서 나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모습이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고, 앞으로 내가 어느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를 받기 때문입니다.

많은 잘못이 있고 부족한 점이 있을 텐데 특별히 그 부분을 알아차리게 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저의 이런 생각이 그렇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찰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저의 잘못보다는 저의 앞날에 관심이 있으신 분으로 보여 집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날이, 새로운 길이 주어지면 그걸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나에게 짐스러운 것을 그냥 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래야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하느님보다 나 자신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아직도 내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전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함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

당신 백성을 위해서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시는, 당신 백성을 위해 무엇이나 할 준비가 되어 있고 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나보다는 바로 이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께 감사드리며, 주님께서 허락하신 이 새 날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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